제주의 가구 디자이너 이지수는 한 음악가를 기리는 테이블 작업을 완성했다. 일본의 거장 류이치 사카모토의 앨범 1996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1996 테이블’은 그가 음악으로 전한 깊이 있는 감성과 구조적 아름다움을 나무의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다.
작업의 시작 – 음악을 나무로 번역하다


‘1996’은 단순한 헌정이 아닌, 음악의 울림을 공간으로 확장하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은 언제나 이지수의 삶에 깊숙이 스며 있었다. 사색과 위로, 감정의 흐름을 담아내는 그의 선율은 오랫동안 그의 곁을 맴돌았고, 그러던 어느 날 “내 방식으로 그를 기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그에 대한 답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장 익숙한 표현 방식, 목공(木工)이었다. 그리고 사카모토의 앨범 중 가장 애정하는 1996의 미니멀한 커버 디자인이 떠올랐다. 그 정적인 아름다움을 테이블이라는 물성을 통해 구현하는 것이 이번 작업의 목표가 되었다.
형태와 재료 – 절제된 디자인 속 깊이를 담다




‘1996 테이블’은 레드오크(Red Oak)를 사용해 제작되었다. 레드오크 특유의 따뜻한 결이 차분한 느낌을 더하며, 오랫동안 사용해도 견고함을 유지할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춘 재료다.
테이블 상판은 앨범 커버의 그래픽 요소를 반영해 25개의 선으로 나뉘어 있다.
- 마스킹 테이프를 이용해 정교하게 구획을 나눈 뒤,
- 아크릴 스프레이를 활용해 절제된 색감과 선을 구현,
- 마지막으로 바니쉬 마감 처리를 통해 일상에서의 실용성을 고려했다.
또한 테이블 하단부에는 H 형태의 브릿지 구조를 적용했다.
이러한 형태적 구성은 단순한 미니멀리즘을 넘어, 기능적 안정감까지 고려한 설계다.
마치 사카모토의 음악이 최소한의 음으로도 완벽한 균형을 이루듯, 이 테이블 역시 단순한 구조 속에서 조용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 – 시간과 형태를 넘어 울리는 예술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다. 그의 곡들은 변하지 않는 깊이와 감성을 간직하며 듣는 이들에게 새로운 울림을 선사한다.
‘1996 테이블’은 그 울림을 가구라는 매체를 통해 공간 속에 녹여내려는 시도다.
- 절제된 선과 견고한 형태,
- 그리고 오크의 나뭇결 속에서,
- 그의 음악이 가진 깊이와 조용한 강인함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지수는 또한 20대 초반, 군 복무 시절 사카모토의 음악을 통해 받았던 위로를 다시 되돌려주고 싶었다. 사카모토는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음악과 그로부터 받은 감동은 여전히 다양한 형태로 살아 숨 쉬고 있다.
이 테이블 역시 그의 음악이 남긴 잔향처럼, 누군가에게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가길 기대한다.
음악은 소리로 남지만, 가구는 공간으로 기억된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1996이 그렇듯,
‘1996 테이블’도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오래도록 울릴 것이다.
자료 제공 이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