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경 개인전: 나는 피안으로 간다

  • Date: 2025. 02. 28 – 04. 11
  • Place: 갤러리 JJ
  • Location: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30길 63
  • Hours: 화–토 11:00 – 19:00 (일, 월 휴관)
  • Contact: 02-3222-3979

갤러리JJ는 오는 2월 28일부터 4월 11일까지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 유현경 개인전 《나는 피안으로 간다》를 개최한다. 그는 오랫동안 사람과 집, 풍경을 그리며 자신의 내면을 탐색해왔고, 이번 전시에서는 이전보다 더욱 확장된 세계를 펼쳐 보인다. 인물이 중심이었던 과거 작업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장소가 주인공이다. 특히, 여행 속에서 마주한 광활한 자연과 태곳적 시간의 흔적이 담긴 풍경을 통해, 작가는 더 깊이 있는 시선을 우리에게 건넨다.

전시의 중심에는 <Wilderness> 시리즈가 있다. 광야를 담아낸 이 작품들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다. 유현경은 자연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느낀 감각과 내면의 울림을 회화로 풀어낸다. 작품 속 지평선은 화면을 넘어선 공간감을 형성하고, 제한된 색채와 여백은 마치 우리를 또 다른 시간 속으로 초대하는 듯하다. 베를린과 동서양의 도시, 문화유적에서 받은 인상도 그림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작가는 “나는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가, 나의 깊이는 획득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고 한다. 이 질문은 작품 속에서도 그대로 흐른다. 피안(彼岸)은 단순히 도달해야 할 장소가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탐색해야 할 또 다른 세계일지도 모른다.

자화상 2024-6, Self-Portrait 2024-6, 2024, Oil on canvans, 35 x 24.5cm

시간을 담아낸 풍경, 그리고 회화적 탐구

전시장에 들어서면,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유현경의 그림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을 형성하며, 관객을 한 걸음 더 깊이 끌어당긴다. 넓은 여백과 최소한의 색채만으로 펼쳐지는 광야는, 형태를 세밀하게 구축하기보다는 붓질과 안료의 질감만으로 공간을 만들어낸다. 때로는 거칠고 빠른 붓놀림이 화면을 가로지르고, 때로는 조용한 색채의 레이어가 미묘한 감정을 담아낸다.

작가의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단순히 한 곳을 그린 것이 아니라는 점이 보인다. 베를린에서 바라본 자연과, 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장소들이 겹쳐지면서, 기억과 감각이 뒤섞인다. 한 장소의 정취를 담아내되, 그곳이 어디인지 특정하지 않는 방식은 마치 작가가 자신의 내면을 향해 걷는 여정처럼 보인다. 그는 특정한 풍경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며 떠오르는 감정과 기억을 다시 붙잡아두는 작업을 한다.

이러한 태도는 작품의 제목에서도 드러난다. <다시 만나는 길><어느 날><샹그릴라로> 같은 제목들은 특정 장소를 지칭하는 듯하면서도, 결국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풍경을 가리킨다. 작가는 오래된 도시의 회색 성벽을 거닐며 느낀 감각을 화면에 담고, 중국 윈난성의 샹그릴라를 유토피아적 이상향으로 투사한다. 익숙한 곳과 낯선 곳이 뒤섞이며, 관객은 작가가 걸어온 여정을 따라가 보게 된다.

A Wilderness 3, 2024, Oil on canvas, 87 x 154cm

베를린에서 찾은 자유, 그리고 새로운 방향

베를린으로 생활의 거점을 옮긴 지도 어느덧 5년.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그의 작업에는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과거의 작품들이 강렬하고 거친 붓질로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출했다면, 이제는 그 감정이 조금 더 정제되고, 섬세한 선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는 숲과 호수, 거리를 거닐며 주변 환경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 속에서 더디게 흘러가는 시간을 발견했다.

그렇게 탄생한 <Wilderness> 시리즈는 그가 체험한 광야와 대지,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시간이다. 우리가 쉽게 닿을 수 없는 공간 속에서, 작가는 자유를 꿈꾸고 있다. 피안으로 간다는 것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자신의 예술 속에서 더 깊이 들어가려는 시도이며, 그것이야말로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주제다.

전시장을 채운 15점의 유화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작가는 여전히 이 질문을 품고 있다.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 그는 다시 붓을 들고 나아간다.

다시 만나는 길 1, Destination to Meet Again 1, 2024, Oil on canvas, 111 x 66cm

자료 제공 갤러리 JJ

Artlamp
Artlamp

아트램프(ARTLAMP)는 예술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아트 플랫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