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의 할리데이비슨은 느리고 묵직한 크루저였다. 크롬으로 뒤덮인 차체, 길게 뻗은 포크, 그리고 도로를 지배하는 듯한 낮고 거친 배기음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였다. 하지만 2025년형 CVO 로드 글라이드 RR은 그 전통을 뒤집어 버렸다. 이것은 단순한 장거리 투어러가 아니다. 트랙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한 레이싱 DNA가 깃든, 속도와 퍼포먼스를 위해 태어난 머신이다.
가격? 11만 달러.
충동구매할 수 있는 바이크는 아니다. 하지만 할리 역사상 가장 빠르고 강력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속도를 사랑하는 라이더라면 욕심이 날 수밖에 없는 존재다.

레이싱 DNA를 품은 V트윈 엔진
CVO 로드 글라이드 RR의 심장은 Screamin’ Eagle 131 V트윈 엔진.
배기량 2,147cc, 최대 출력 153마력(@5,750RPM), 최대 토크 150lb-ft(@4,750RPM). 이 수치는 크루저를 넘어서, 슈퍼바이크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 엔진은 단순히 크기만 큰 것이 아니라 할리의 공장 레이싱 팀이 사용하는 것과 거의 동일한 사양을 갖추고 있다.
- 스테이지 IV 레이스 컴포넌트 적용
- 고성능 캠샤프트 베어링 & 밸브 스프링
- 업그레이드된 오일 펌프
- 할리의 상징인 ‘느림’을 버리고, 진정한 레이싱 성능을 추구하는 엔진이다.

트랙을 지배하는 섀시와 서스펜션
강력한 엔진에 걸맞게 알루미늄 스윙암이 새롭게 설계되었다.
기존보다 더 가볍고 강성은 증가, 레이싱 퍼포먼스를 위해 무게를 줄였다.
서스펜션도 일반적인 투어링 바이크와는 차원이 다르다.
- 43mm 인버티드 프론트 포크
- Öhlins 듀얼 아웃보드 리어 쇼크 업소버
이를 통해 단순히 직진만 잘하는 바이크가 아니라, 코너에서도 적극적으로 기울어지며 공격적인 라이딩이 가능해졌다.
제동 성능도 부족함이 없다.
- Brembo GP4-RX CNC 캘리퍼
- 플로팅 T-Drive 로터 적용
어떤 속도에서도 즉각적이고 강력한 제동이 가능하다.

10파운드 감량한 아크라포빅 배기 시스템
배기 시스템 역시 퍼포먼스를 위해 최적화되었다.
- 아크라포빅(Akrapovič) 티타늄 배기 시스템 적용
- 무게 10파운드(약 4.5kg) 감소
- 2-1 헤더 디자인으로 배기 효율 극대화
그 결과?
배기음이 단순히 크고 거친 소리가 아니라, 공격적이고 깊은 울림을 지닌 배기 사운드로 변했다.

라이딩 포지션: 공격적으로 변하다
이전까지의 할리는 편안한 라이딩을 위한 ‘라운지 체어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CVO 로드 글라이드 RR은 완전히 다른 자세를 요구한다.
- 모토 스타일 핸들바 & 6인치 라이저 → 더 적극적인 라이딩 포지션
- 미드마운트 풋 컨트롤 → 코너링 성능 향상
- 레이스 스타일 싱글 시트 → 라이더를 단단히 고정
가벼운 크루징이 아닌, 진정한 스포티 라이딩을 위해 설계된 바이크다.

디자인: 트랙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한 존재감
외형 역시 ‘단순한’ 커스텀 모델이 아니다.
- 할리 킹 오브 더 배거스(King of the Baggers) 레이싱 팀의 리버리(livery) 적용
- 카본 파이버 위브(bodywork) 디자인
- 화이트 Screamin’ Eagle 그래픽
이제 할리는 크롬과 클래식한 블랙이 아닌, 레이스 DNA가 담긴 스포티한 컬러 스킴을 자랑한다.

고성능 바이크지만 최신 기술도 빠지지 않았다.
- 12.3인치 터치스크린(Skyline OS) 적용
- Apple CarPlay 지원
- 락포드 포스게이트(Rockford Fosgate) Stage III 오디오 시스템 → 500와트 출력
단순한 속도만이 아니라, 최신 디지털 경험도 충실히 갖춘 머신이다.

단 131대 한정 생산, 그리고 11만 달러
과거의 할리라면 이런 바이크를 상상할 수 있었을까?
CVO 로드 글라이드 RR은 할리데이비슨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모델이다. 느리고 클래식한 할리? 이제 그런 말은 통하지 않는다.
이 바이크는 오직 131대만 생산되며, 그 희소성과 성능을 반영하듯 가격도 $110,000로 책정되었다.
이것은 단순한 크루저가 아니다.
“배거도 날 수 있다면?” 이라는 질문에 대한, 할리의 가장 강렬한 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