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간 2025. 02. 06– 2025. 04. 09
- 장소 더샵갤러리
- 위치 서울 강남구 자곡로 210
- 시간 10:00-18:00
봄은 매번 새롭게 찾아오지만, 이번 봄은 유난히 ‘기억’을 닮았다. 최은혜 작가의 개인전 《Dreaming in Spring》은 지나온 계절에 머물렀던 빛과 감정을 회화로 응축시켜, 기억 너머로 펼쳐지는 봄의 꿈을 그려낸다. 전시는 포스코이앤씨 더샵갤러리에서 2025년 2월 6일부터 4월 9일까지 이어지며, 1층과 4층 공간을 오롯이 채운다.
작가는 삶의 단면에서 마주친 빛의 형상과 기억의 조각들을 시간의 결로 엮는다.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의 설산에서부터 비행기 창 너머 스친 하늘빛, 바람에 일렁이던 오로라의 형상까지—모든 풍경은 작가의 기억 속에서 응집된 감각으로 재구성된다. 파스텔톤의 미묘한 그라데이션과 기하학적 구성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보는 이로 하여금 내면 깊은 곳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빛과 풍경, 감각의 레이어들
전시는 다층적인 시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회화 연작 〈Toned Landscape〉는 북유럽에서 채집한 시각적 체험을 바탕으로 구성된 풍경으로, 오로라와 빙하의 이미지를 통해 자연의 경이로움을 감각적으로 담아낸다. 빛의 흐름을 색의 레이어로 해석한 〈Variation of Moments〉 시리즈에서는 시간의 지층을 따라 미묘하게 변화하는 감정과 공간의 파동이 스며든다. 특정 시각의 기억을 시각화한 〈Variation of 7pm〉 연작은 하루의 한


Toned Landscape
장소를 빛으로 다시 짓다
〈Dialogue〉 연작은 그림자와 실재 사이의 ‘대화’를 다룬다. 작가가 직접 그려 넣은 그림자와 실제 공간의 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교차하며, 환영과 실재의 경계에서 생기는 서사를 펼쳐낸다. 이 확장된 평면 위에서 관람자는 시각적 감상에 머무르지 않고 사유의 깊은 지층으로 초대된다. 전시 말미에 선보이는 커미션 작품 〈Sculpture of Light〉는 포스코이앤씨 더샵갤러리의 건축 구조를 모티프로 재구성해, 장소성과 기억이 뒤섞인 환상적 풍경을 구현한다.


Dialogue

설치작업으로 확장된 감각의 경계
전시 공간은 설치작업으로도 확장된다. 힐링 포레스트와 1층 로비에 설치된 〈Light Box〉는 빛이 새어 나오는 틈과 그림자의 움직임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 보이는 것과 감지되는 것 사이의 경계를 질문한다. 설치물은 시각적 조형을 넘어서,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살아 있는 존재로 작동한다. 빛이 반사되고 스며드는 방식에 따라 매 순간 장면은 달라지고, 그 변화는 관람자의 감각을 보다 민감하게 일깨운다.


《Dreaming in Spring》은 계절이 바뀌는 풍경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빛과 공간, 기억이 겹쳐지는 감각의 지형 위에서, 보는 이는 자신만의 내면의 봄을 맞이하게 된다. 그 봄은 유년의 한 장면일 수도 있고, 지나간 사랑일 수도 있으며,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빛일 수도 있다. 작가가 전시장에 펼쳐놓은 이 다층적 서사는 결국 관람자 개개인의 기억과 교차하며 완성된다.
그림은 기억을 머문다. 그리고 이번 전시는, 봄이 시작되는 가장 섬세한 방식으로 그것을 속삭인다.
자료 제공 더 트리니티 갤러리
사진 아트램프, 더샵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