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

자르디니 공원 끝자락, 바다와 나무 사이에 자리한 한국관이 다시 숨을 쉰다. 2025년 베니스비엔날레 제19회 국제건축전의 한국관 전시 제목은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 동요 속 두꺼비를 화자로 삼은 이번 전시는 단순히 ‘집’을 짓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이지 않던 것들의 목소리를 빌려, 한국관 건축 30년의 층위를 탐색하는 시적이고 다층적인 건축적 시선이다.

올해 전시는 정다영, 김희정, 정성규로 구성된 큐레이터 그룹 CAC(Curating Architecture Collective)가 기획을 맡았고, 김현종(아뜰리에케이에이치제이), 박희찬(스튜디오히치), 양예나(플라스티크판타스티크), 이다미(플로라앤파우나) 네 명의 건축가가 참여했다.


한국관, ‘존재’로 다시 말하다

전시는 한국의 전래동요 ‘두껍아 두껍아’를 비유적 프레임으로 삼아 한국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상상 가능한 미래를 입체적으로 되짚는다. 동요 속 ‘두꺼비’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한국관이라는 구조체가 품고 있는 숨은 존재, 땅속의 생명, 시간의 흔적을 호출하는 화자다.

이를테면 건축가 이다미는 지금껏 기록되지 않았던 ‘숨은 존재들’의 시선에서 한국관을 바라보고, 양예나는 수천만 년 전의 지질학적 시간 속으로 파고든다. 박희찬은 한국관을 감싸고 있는 자르디니의 오래된 나무에 반응하는 건축 장치를 제안하고, 김현종은 한국관의 옥상에 환대의 구조를 설계함으로써 모든 국가관이 공유하는 ‘하늘과 바다’에 시선을 돌린다.


30주년, 다시 묻는 ‘한국관이란 무엇인가’

2025년은 한국관이 베니스 자르디니에 세워진 지 3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를 기념해 아르코는 5월 9일 베니스 현지에서 한국관의 과거와 미래를 논의하는 특별 건축 포럼을 개최한다. 한국관 공동 설계자인 프랑코 만쿠조를 비롯해 조민석, 김종성, 마르코 물라짜니, 리니오 브루토메소 등 국내외 건축계 주요 인사들이 발제자로 참여한다. 포럼에서는 한국관의 물리적 조건을 넘어, 이 공간이 예술·정치적 레이어 속에서 어떤 가능성을 품을 수 있는지, 그리고 다음 30년을 향해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을지를 함께 사유한다.


‘집’이 다시 짓는 방법에 대하여

올해 전시는 ‘건축’이라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집’이라는 개념이 시대와 맥락 속에서 어떻게 갱신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기후 위기와 전염병이라는 전지구적 조건 속에서, 한국관은 단지 한 국가의 전시장이 아닌, 다중 존재들이 공존하는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누가, 무엇이 이 집에 거주하고 있었는가?”, “무엇이 드러나지 않고 지워졌는가?” 같은 질문을 통해,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은 단단한 벽돌 대신 이야기와 시선을 쌓아 올린 건축이다.


전시 정보
전시명: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
기간: 2025년 5월 10일 – 11월 23일
장소: 이탈리아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 한국관
기획: CAC (정다영, 김희정, 정성규)
참여 작가: 김현종, 박희찬, 양예나, 이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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