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이 비통의 시간은 이제 공간으로 확장된다.
패션 하우스의 170년을 다룬 대형 전시 《Louis Vuitton: Visionary Journeys》가 2025년 7월 오사카 나카노시마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뉴욕 OMA 사무소의 파트너 시게마츠 쇼헤이(Shohei Shigematsu)가 디자인을 맡아, 루이 비통의 역사·장인정신·여행·협업을 하나의 서사적 공간으로 풀어냈다. 브랜드의 장대한 여정을 공간적 경험으로 재구성한, 루이 비통 최초의 뮤지엄 프레젠테이션이다.

‘여행’을 상징하는 트렁크로 만든 랜드스케이프
전시의 시작은 미술관 5층 아트리움에 설치된 ‘트렁크스케이프(Trunkscapes)’다.
12.5m 높이의 루이 비통 트렁크들이 세로로 쌓여 모노그램 와시 페이퍼로 감싸진 등불 형태를 이루며, 공간 전체에 은은한 빛을 흘린다.
전시장 입구에는 138개의 빈티지 트렁크로 구성된 반구형 돔이 설치돼 있다. 검은 유리 바닥에 반사되어 지구의 구체를 형성하는 이 구조물은 루이 비통이 품고 있는 ‘여행의 서사’를 시각화한 장치다.


전통과 혁신, 공예와 기술의 공존
전시 공간은 2,200㎡ 규모의 11개 갤러리로 구성돼 있으며, 단순한 디스플레이가 아닌 몰입형 환경으로 설계됐다.
‘Origins’ 갤러리에서는 6개의 역사적 시대를 대나무 구조물 안에 재현해 브랜드의 기원을 소개하며, 전통 공예와 일본 문화와의 접점을 강조한다. 모듈형 다다미 플랫폼 위에는 의류와 유물들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Workshop’ 갤러리에는 루이 비통 파리 아스니에르 공방을 재현한 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천창으로 비추는 빛 아래 장인들이 실시간으로 가방을 제작한다.
‘Testing’ 갤러리에서는 로봇 팔과 기계 장치가 가방의 내구성 테스트를 수행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상징의 재해석: 모노그램, 파트너십, 그리고 파리의 지붕
‘Monogram Canvas’ 섹션은 브랜드의 아이콘인 모노그램 패턴의 기원을 행성처럼 회전하는 100여 개의 가방으로 풀어낸다. 전통성과 현대성의 충돌이자 순환이다.
‘Atelier Rarex’에서는 파리 방돔 광장의 루이 비통 메종 지붕을 리브드 패브릭 구조로 재해석한 인스톨레이션이 돋보인다. 거울로 구성된 이 방은 파리의 지붕 풍경이 무한히 확장되는 듯한 공간감을 연출한다.
전시의 마지막은 ‘Collaborations’.
야요이 쿠사마, 스티븐 스프라우스, 무라카미 다카시, 슈프림 등 루이 비통과 협업해온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만화경 같은 거울방에 전시된다. 관람객의 움직임과 빛이 작품에 반영되며, 물리적 공간을 감각적으로 재구성한다.

건축이 만들어낸 패션의 스토리텔링
OMA와 LVMH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도쿄 롯폰기 뮤지엄에서 열린 《Miss Dior: Stories of a Miss》, 서울 DDP에서의 《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등 굵직한 전시를 함께했다.
이번 오사카 전시는 건축이 단순한 배경이 아닌 서사의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다. 전시는 2025년 9월 17일까지 오사카 나카노시마미술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자료 제공: Louis Vuit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