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이당미술관에서 열린 《두 개의 시간》, 잊힌 시간의 복원술

  • 전시명 두 개의 시간_Time Perspective
  • 기간 2025.07.31 – 09.19
  • 이당미술관 (전북 군산시 영화군 구영6길 1089)
  • 시간 11:00 – 19:00 (매일)
  • 기획 시스터후드

2025년 여름, 군산의 오래된 목욕탕 건물을 리모델링한 이당미술관에서 아주 묘한 전시가 열린다. 기획은 여성 전시 에이전시 ‘시스터후드’, 그리고 주제는 ‘도시의 시간에 대한 예술적 관찰’.

군산. 한때는 근대화의 관문이었고, 지금은 지나간 시간의 결이 도시 전면에 드러난 채로 숨 쉬는 곳. 이 전시는 ‘서로 다른 시간들이 한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전제로부터 시작된다.

고보연 작가

폐허의 미감, 현실과 환상의 접점

장소는 군산 영화동. 일식집, 여관, 그리고 목욕탕이 차례로 거쳐 간 건물의 껍질을 지닌 ‘이당미술관’이다. 흰 벽도, 네모난 전시장도 아닌, 오래된 타일과 기억의 곰팡이가 살아있는 공간. 바로 그 흔적 위에 여덟 명의 작가가 시간의 층을 올려 놓았다.

  • 고보연은 천과 솜, 바느질로 여성성과 치유의 시간을 말하고,
  • 김재욱은 디지털 콜라주로 도시 기억을 쌓아 올린다.
  • 박종영의 키네틱 오브제는 감시와 통제를 소재로 시간의 흐름과 작동을 시각화한다.
  • 이피는 신체 파편과 동화적 환상으로 사회적 상처를 환기시키고,
  • 이연미는 에덴의 정원을 빌려 판타지 속의 ‘정서적 시간’을 구성한다.
  • 임동승은 회화의 틈과 빈틈, 여백의 미로 ‘기억의 단편’을 끌어오고,
  • 정민기는 재봉틀 드로잉으로 사라진 존재와 기억을 직조하며,
  • 한상아는 광목천에 바늘과 먹으로 새긴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삶과 모성의 시간들을 정리한다.

이들은 회화, 설치, 영상, 퍼포먼스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틈을 비춘다. 공간 자체의 ‘기억’과 상호작용하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익숙했던 시간의 감각을 낯설게 만든다.

이것은 군산의 초현실이다

이번 전시는 단지 도시의 과거를 추억하거나, 현재를 기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둘이 교차하고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균열’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일제 수탈의 기억부터 대규모 재개발, 관광지화까지 중층적인 시간을 품고 있는 도시 안에서 예술은 ‘폐허의 빛’을 포착하고, 기억이 말라붙은 자리에서 새로운 감각을 싹 틔운다.

관람한다기보다 ‘지나간다’

이당미술관의 공간은 층마다 각기 다른 시간의 결을 지닌다. 1, 2층은 전시와 카페 공간, 3층은 예술가 레지던시, 그리고 이번 전시로 새롭게 개방되는 4층은 ‘비어 있었던 미래’로서 관람객을 맞는다.

과거에 몸을 씻던 공간에서, 이제는 기억과 감각을 씻어내고 다시 채우는 시간의 여정을 경험하게 된다.

관객은 복잡하고 얽힌 것들을 따라가며, 현실과 꿈 사이, 의식과 무의식의 틈에서 우리는 ‘두 개의 시간’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임동승

자료 제공 시스터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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