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ate: 2025.07.31 – 08.23
- Place: Hall 1
- Location: 서울 영등포구 양평로22마길 8
- Hours: 목 – 월, 12:00 – 19:00
- Contact:https://instagram.com/hallinfo2020

못을 두드리는 소리가 주변에 낭자하게 피었다. 구름 무리가 떼 지어 다니며 해를 일부 가렸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자세가 어째 어정쩡해 그는 하릴없이 돌부리를 걷어찼다. 싱거운 생각은 요즘 따라 부쩍 헐거워진 바지를 잡고 놓지 않았다. 비교적 공교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관심을 기울인 흔적이 남은 동네는 연신 야단이었다. 그곳을 도금하는 업자가 이래저래 발발거리면서 돌아다니며 빠른 작업의 진척을 꾀했다. 기나긴 세월의 입장에서 여느 봄에 피고 결국에 지는 꽃의 반복을 들여다보는 것 같을지도 모른다.
“용솟음치는 더위라도 그늘 안에 있으니 견딜 만하다. 사는 일이 꼭 이와 같다고 넌지시 말한 그들이 어디서 목적 없이 지내나, 모르겠다.” 그는 정직하게 정말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곤란함이 시시각각 속을 게웠다.
마구잡이로 실속만 채운 실적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불붙은 선반이 자조적으로 의지를 썩히고 있었다. 그것은 한때 약동의 원천이었지만, 예의 선반은 그 순전한 과거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듯 부패를 반겼다.
하늘 아래 존재하는 대상들에 사나운 꿈자리가 걸어와 허구한 날 오른 장대라든가, 맞선 위용을 주절주절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삯을 옭아맨 개체가 다른 이의 평범을 각진 이야깃거리로 삼아 이를 딛고 가없이 도약하며, 그 과정 중에 경험하게 될 가벼움을 가만히 기념했다. 연이어 상상에 화를 누그러뜨린 이와 책임 없이 변방을 퍼트린 사람이 등장했다. 이 일련의 현상에 옛정은 줄곧 숨어 산 일에 이골이 났는지 타성적으로 학을 떼며 알아듣길 바라지 않은 소리를 질렀다.
지붕이 꺾인(밖으로 혹은 안으로) 집들이 줄지어 있다. 사뭇 중립적인 풍경을 해마다 쥐었다가 폈다가 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몹시 그리울 게 있다는 듯 뭇 지붕들을 보았다.

몸통에 비해 유독 날개가 큰 벌레가 바닥에 바짝 붙어 있었다. 강렬한 빛에 타들어 가지 않는 게 비일상이라면 비일상인 순간은 알지 못하는 덧과 덮개를 손쉽게 점유한다.
새된 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지는 사이를 틈타 시야의 못됨을 탓하지만, 양껏 비뚤어진 모습이 목적을 해쳤다.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음과 무엇도 듣지 않는 것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행위이다. 부디 그러길 바라는 손이 자칫 몸을 떨었다.
벌판을 공동으로 소유한 것도 짙은 얼룩이 되는 오염의 날, 나에겐 옮겨붙은 반추도 없다. 허상의 부정은 외딴 표징의 상정. 돌이킨 사고는 변변치 않은 미덕에 회부되었다. 나는 회복의 미급한 탄성을 급급히 바닥에 쓰고 또 그렇게 칠해진 적요(寂寥)에 한눈의 절반을 팔았다.
절로 돋는 환상에 엮인 이국으로 향할 테다. 도망을 도무지 전망을 흐리지 못한다. 곧 다시금 역임할 자세가 까마득히 빈 잔을 들었다.

기필코 정다워지려 애쓰는 환경에 노출되었다. 그 이후로 말은 언덕을 넘지 못한다. 외딴 분지를 부러뜨린 바람이 높은 위치를 불명확하게 바라보았다. 무수한 계단으로 점철된 건물은 언젠가 때가 되면 게으름을 토할까.
빛바랜 청승은 유수한 무더기 꽃을 잡아 빈 광에 가두었다. 예의 청승의 품이 어느 안정에 들든 상관없을 정도로 속절없는 잔향이 끝끝내 남아 말꼬리를 잡아끌었다. 마당에 길게 늘어뜨린 붉음은 엷게나마 제 자리를 보전한다.
예보 없이 내린 비에 어깨는 전보다 훨씬 후줄근해진 듯하다. 젖은 도로가 곧이어 부딪칠 상황엔 은근한 뼈가 있어 단단함을 기대한다면 이에 미치지 못한 감정만 마디에 뻐근하게 기록될지도 모른다. 무량한 빗줄기를 보며 손에 깍지를 끼고 바다의 밑바닥을 기억해 냈다. 그곳은 낯빛이 어두운 수면과 조응함으로써 매분 검은 역사를 뿜는 시대 개체의 생태가 되었다.

그 고갯길에 오를 때마다 얼마간 참혹한 기분이 들었다. 불안의 실현을 똑똑히 목도해 두어야만 한다고 바싹 마른 입술은 온몸을 비틀며 선언했으며, 바로 이 선언이야말로 앞선 기분의 단 하나뿐인 비롯됨이었다.
“벌판의 나뭇가지가 장엄한 분위기에 압도되지 않은 것은 정확히 내일의 부재 때문이었지요. 한 많은 사람은 꿈이라는 것도 많아 그저 다수의 대상에 휩싸인 채 사는 삶이라고 나는 지껄입니다. 잦은 평가절하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까닭 모른 상태로 에누리 없이 계산하여요. 앞으로도 짤랑거리는 소린 없지요.”
집채만 한 소용을 제아무리 에둘러 말한다고 해도 숨길 수 없었다. 표정이 들끓는 문지방을 지나서 머지않아 차별의 온상지가 될 마룻바닥과 바로 그 위에 있는 천장 일부를 없는 셈 치고 달아난다. 횟수의 죽음은 별도의 감상을 남기지 못하고 군더더기의 깊은 골로 자신의 부재를 갈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