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ate: 2025.08.18 – 08.28
- Place: 온에어갤러리
- Location: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로 14길 62-57
- Hours: 12:00 – 18:00
- Contact:https://instagram.com/onairgallery

저마다의 범람을 어쩔 줄 몰라 하며 손수 공중에 수를 놓던 개체가 여럿 있었다. 그들은 투명한 벌레의 걸음 수를 밤낮으로 짐작하고 이에 자연스레 수반되는 허무를 지독하게 느꼈다. 몇 마디 말로는 도저히 채울 수 없는 강이 옆으로, 때로는 앞뒤로 흘렀다. 검은 꽃과 무심히 잠든 나무를 예사롭게 여기며 한쪽으로 치우친 일상은 어딘가 비뚜름해 보인다.
타고난 감정을 뒤엎고 경험으로 획득한 표현의 형질을 조립했다. 대수롭지 않은 사람의 적막한 오후를 나도 모르게 읊조리고 그에게 다소 사회적인 감흥을 날렸다. 날개 없는 비행이 아무쪼록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의 절반은 터무니없이 비어 있다고 여타의 부조리가 설명한다. 건조한 묘사에 걸 밤이 없다.
그의 움직임은 전적으로 동작을 위한 행위일까, 하고 아쉬움 없이 의문에 부호를 덜었다.

솜씨 좋은 목수가 제 실력만큼이나 좋은 목재를 발견하고 눈을 반짝이듯 기념할 만한 순간은 최근을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비껴갔다. 자세의 능숙함은 언제쯤 익숙함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하고 떨떠름한 만남을 상정하며 생각했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에 각진 절망감을 느끼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한다면 얼마간 기묘한 날이 지속돼도 상관없다. 그 정도로 먼 눈이었다. 깊은 잠의 외형은 갈수록 말이 없어지는 사람의 인사를 닮았는지도 모른다.
양손을 모아 떠올린 물의 양만으로도 쉬이 범람하는 사람들. 그들은 신중하게 한 뼘 정도 되는 높이의 문턱을 넘는다.
“거추장스러운 날개를 한도 끝도 없이 거머쥔 웅덩이와 그 속에 별 고민 없이 유영하는 그늘은 늘 그렇듯 안개 너머에 증명을 구걸하듯 장황함을 숨긴다. 외롭고 슬픈 일이다.”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먼바다에서 들리는 기적 소리처럼 사뭇 아련하게 들렸다. 노란 대문은 그저 노르스름할 뿐이었는데, 세월의 흔적은 그것에서 색깔을 덜어내고 그만큼 부연 풍경의 일부를 칠했다. 못다 이룬 막연함은 어디서 대접을 받고 있을까. 잠결에 문득 들리는 쇳소리에도 나는 걱정이었다.
“누군가 시간의 양을 늘리거나 줄이는 듯했어. 앞선 조절에서 단순한 기호가 비롯되고, 그와 동시에 성실하게 반복되었지. 비록 나는 이를 온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 이것뿐만 아니라 모두를 이해하게 될지도 몰라.”
파안의 세계는 쉽게 도피를 가로막고, 바닥이 마른 우물과 한때 제법 높았던 언덕배기를 마당에 내놓았다. 주변은 여전히 적막했으나, 쓸쓸한 정도는 전보다 조금 줄어들었다. 창가에 붙은 기다림은 얼마간 환상적인 면모를 보였다.

토지의 비옥함에 유념하였다. 이곳은 초면이 가득 들어찬 서랍 안을 연상하게 했고, 나이 많고 적음을 숙고하게 했다. 이 둘의 사고 작용이 어떤 해답을 취하게 될지, 손의 바깥, 그 어정쩡한 세계에 무용한 몸짓을 보낸다. 그동안 계절이 특정한 향으로 억수를 이루었다고 해도 알아차리지 못할 터다.
눈앞의 벌판은 기념비 떼로 얼룩져 있다고. 수많은 가치가 생겨나며 사라지고, 일부가 어수선한 존속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예를 갖춘 자국은 벌판은 고사하고 눈앞도 떠나지 못한다. 혹은 그 반대인지도.
꽁무니에 붙은 뜻은 덧없이 흔들렸다. 그것은 여러 차례 불어닥친 의도에, 잘잘못을 판단할 수 없는 바람에도 떨었으며 그럴 때마다 소원한 관계의 진위를 궁금해하였다. 허공에 그어진 수두룩한 선. 빈 곳을 중얼거린다. 절반쯤 채워진 잔을 들고 빙 둘러 먼 길을 장식하련다.

현상은 위태롭게 뒤틀렸다. 사실 그러길 바라는지도 모른다. 은연중에 스스로 깨쳤던 방식이 군걸음한듯 허망한 눈길을 사방에 보낸다.
현상 따위 아무런 변화 없이 단지 그렇게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 앞에서 어제와 오늘은 더듬지 않는 말과 같고, 내일은 형편에 맞지 않는 차림새의 극한을 우물거렸다.
부엌 쪽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연이어 나를 찾을 때 철 지난 고요는 잠시 보류된다.
오점투성이 낮을 나는 몇 번이나 다시 접었다, 펴고 한껏 뭉친 어깨를 두드렸다. 마음먹는다면 주변에서 쉽게 호소를 발견할 수 있었으나, 한 평 남짓한 면적을 시시각각 갉아먹는, 게슴츠레한 눈의 울상에 의욕은 가만히 욕지기를 삼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