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ate: 2025.10.01 – 10.15
- Place: 예술공간 [:틈]
- Location: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 31길 6, B1
- Hours: 10:00 – 19:00
- Contact:https://instagram.com/art.space.tum

화단 앞에서 종일 심부름하였다. 풍경에 속에 이를 반으로 나누기도 하고 서너 번 접기도 하며 분주한 한때를 보낸 것이다. 괜한 하늘은 비교적 높았다. 문 앞에 나와 있는 선반은 낡았고, 두 해 전에 본 듯한 새끼줄이 일부 달아나 있었다. 누가 그것을 보고 이듬해를 예고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 또한 예의 하늘 아래에 있으니 실속 없이 떠오르고 흐지부지 사라지는 단상인지도 모른다.
“당시엔 한껏 골똘한 상태로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지루한 날들이었다. 한곳에 곧잘 머물러 있었던 건 다음이 없는 상황에 대한 이해였으며 한편으론 한정된 상황에 대한 확장된 희망이기도 했다. 과연 나는 어떤 교착만을 바랐는지 생각하기가 그저 조심스러울 뿐이다.”

우물은 그 안에 기둥으로서 존재한다(그의 심지가 곧은 것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땅속에 깊게 파묻혀 고개 부분만 밖으로 도출된 외형에 그는 매료되었다. 그 앞에 서면 평소와는 다르게 주저하지 않는 태도를 거리낌 없이 보일 수 있었다. 이는 순수한 충동일 수도 있겠다, 하고 생각한 이래 그에게 자립심은 빗발쳤다. 기대한 적도 없는 현상에 우물 밑바닥으로 찾아든 볕은 쉬이 길을 잃는다.
잔디밭에 멍함이 하나둘 모여들고, 잠깐 눈 감고 있다는 게 한나절 정도를 무의식에 양도한 꼴이 될 때 바닥은 당연하다시피 흐르는 무엇이 될 것이다.
어렵사리 타인의 손등에 맺힌 닦달과 권태를 나의 일인 양 바라보는 사이 이치에 맞는 일이 동시에 발생하며, 그중 몇은 불과 하루 전의 일이다.

나도 모르게 면한 사유가 울긋불긋하다는 게 의도 없이 겁먹을 일이었다. 상처의 대부분은 낫기도 전 인식에서 멀어졌으며 지나고 나면 그리 나쁜 일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눈 녹듯 귓전에 울렸다.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는가, 하는 물음에 자의적인 퇴행이 이루어진다.
당분간 자아의 침전이 발생할 테니, 유서 깊은 곳을 찾아봄 직도 하다. 비로소 먹먹한 작금을 풀어헤치는바 서툰 탄생은 도달하지 못한 감응과 나란히 이어진다. 그들은 각자의 탄복이 영원토록 세계와 조화롭기는 바라는지도 모른다. 설령 반목하는 결과를 낳아도 묘한 지렛대에 결속된 사실은 예정 없는 배회도 마다하지 않으며 자연스레 한쪽으로 치우치는 상황과 의연하게 대치한다.

가련한 사람들의 딱한 처지는 금세 허물어지는 윤곽이 되어 주변에 불온한 인상을 남겼다.
불편함의 층위가 들끓는 물질로 이르게 환원된다. 내가 부린 늦장이 타인의 차림새와 흉으로 나눠지고, 그렇게 성급한 세계가 균형을 이루며 나를 노려보는 듯하다. 애써 맞이한 순간의 덜미를 잡고도 모른 척할 수 있을지, 양지에 뒤떨어진 응달은 또 무엇인지.
버젓이 존재하기가 영 내키지 않아 흔적으로 남을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 이가 벌판을 뒤집는다면 그의 복잡한 속은 덩달아 동적이요, 굳은 자세 또한 의지하지 않던 기회를 얻고. 기대는 그대로 뒤탈이 없는 양상만 쫓고 있을 터다.
볼 때마다 위치를 달리하는 면적이 별이랍시고 하늘에 떴다고 한다. 눈부실 지경이 가까스로 요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