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AA와 포르마판타즈마, 불가리 전시로 펼친 빛의 건축

일본 건축 듀오 SANAA(가즈요 세지마 & 니시자와 류에)와 이탈리아 디자인 스튜디오 포르마판타즈마(Formafantasma)가 불가리의 전시 《BVLGARI Kaleidos: Colors, Cultures, and Crafts》를 위해 도쿄 국립신미술관을 거대한 만화경으로 탈바꿈시켰다. 전시는 2025년 12월 15일까지 이어진다.

빛과 투명함으로 만든 ‘움직이는 풍경’

SANAA는 이번 전시에서 시간의 순서를 따라가는 일반적인 동선을 벗어나, 빛과 색이 유기적으로 흐르는 공간을 설계했다. 부드러운 곡선과 반투명한 벽, 그리고 은은한 필터드 라이트(filtered light)가 결합된 구조는 고대 로마의 카라칼라 욕장에서 영감을 받은 불가리의 정체성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공간은 하나의 연속된 풍경처럼 구성되어 있으며, 관람객은 색채와 반사, 투명도의 겹을 통과하며 ‘돌아가는 만화경’ 속을 걷는 듯한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주얼리, 빛 속에 떠오르다

포르마판타즈마는 조각적 오브제로 기능하는 독립형 진열대를 디자인했다. 각 진열대는 불가리의 헤리티지 주얼리 — 뱅글, 네크리스, 세르펜티 컬렉션 등 — 를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 연출한다. 금속, 유리, 수지의 물질이 교차하며 빛을 제어하고 반사시켜, 보석의 색채를 극대화한다. 이는 단순한 디스플레이를 넘어, 하나의 미시적 설치미술로 작동한다.

로마와 도쿄, 두 미학의 대화

전시는 이탈리아의 감성과 일본의 정밀한 절제를 균형감 있게 결합한다. 전면부에 배치된 금과 청금석(lapis lazuli)으로 만든 로마 신전 형태의 종이 누름쇠와, 진주층과 폴리크롬 에나멜로 장식된 원형 브로치의 병치는 두 문화의 미적 대화를 상징한다. SANAA 특유의 투명한 구조는 주얼리의 광채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여백과 정제의 미학으로 일본적 감수성을 불러일으킨다.

건축이 곧 전시가 되는 순간

《BVLGARI Kaleidos: Colors, Cultures, and Crafts》는 단순히 주얼리를 감상하는 자리가 아니라, ‘빛과 건축이 만들어낸 감각적 여정’이다. SANAA와 포르마판타즈마는 불가리의 색과 문화, 장인정신을 하나의 공간적 경험으로 확장시켰다. 이 전시는 건축이 브랜드의 세계관을 어떻게 ‘느끼는 공간’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 도쿄 국립신미술관
기간: 2025.09.17 – 2025.12.15


자료 제공 Bvlg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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