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다래 작가는 “괴물 투수”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우리의 삶을 투구하고, 그 속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문제를 퍼포먼스와 영상 작업으로 풀어낸다. 이 괴물 투수는 추상적인 ‘삶’을 의인화한 존재로, 우리에게 때로는 도전 과제를, 때로는 동반자를 자처하며 끊임없이 공을 던진다.
이 공들은 예측 불가한 궤적을 그리며 우리 앞에 떨어지는데, 우리는 그 공을 어떻게든 받아내야 한다. 하지만 이 투수는 단순히 우리를 시험하거나 괴롭히려는 존재가 아니다. 백다래는 이 투구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불안과 혼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려는 의지를 영상과 퍼포먼스로 표현한다.

백다래의 작업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 특징이다. <불안하고 이기적인 땅>에서 작가는 기후 변화와 사회 시스템의 균열 속에서 개인의 불안을 다룬다. 삽질 퍼포먼스 영상에서는 환경 파괴가 우리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암시하며, 바다에서의 삽질은 무의미해 보이지만 동시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In and Out>에서는 개인의 삶과 예술가로서의 삶이 교차하는 순간을 담아낸다. 괴물 투수가 울산과 런던을 오가며 투구하는 장면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행위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가족의 지지와 경제적 불안, 그리고 작가로서의 만족감을 동시에 표현해, 복잡한 감정이 공존하는 상황을 묘사한다.

백다래의 또 다른 작업 <홈런>은 아버지의 고향 대구 비산동을 배경으로, 개인과 가족의 기억을 시각화한다. 야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세대 간의 연결을 상징하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순간을 기록한다. 이 작품에서 백다래는 자신의 존재를 확장해, 단순한 개인을 넘어 가족, 그리고 사회와의 연결을 시도한다.
백다래의 작품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일상 속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순간들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된다. 괴물 투수가 던지는 공을 어떻게 받아낼지는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