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색으로 짓는 이지은 개인전 《Palette of Memories》

기억은 우리 삶의 나침반이자 보물지도다. 흔적처럼 스쳐간 순간들은 흐릿한 감정으로 남아 언젠가 다시 떠오른다. 화가 이지은은 그런 기억을 색으로 풀어내는 작가다. 그녀의 작업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무의식 속 깊은 감정을 꺼내 캔버스 위에 얹는 과정이다. 갤러리 ERD 서울에서 열리는 개인전 **《Palette of Memories》**는 그녀의 독창적 작업 세계를 펼쳐 보이는 자리다.

이지은의 작품은 한 편의 회고록 같다. 여행길에서 느꼈던 설렘, 산책길에서 문득 찾아온 고요한 사색,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평화로운 하루, 때로는 커다란 슬픔까지—그녀는 이 모든 순간을 캔버스에 담는다. 색채는 기억을 매개하는 도구이자 감정의 언어다. 작가는 색의 층위와 움직임을 통해 일상의 잔상을 재구성하고, 그 과정에서 사라질 뻔한 시간을 되살린다.

그녀의 작업실에서 탄생한 그림은 단순히 시각적인 미학에 머물지 않는다. 이지은의 캔버스에는 시간의 밀도가 가득하고, 각 작품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때로는 화려한 붓질로, 때로는 은은한 톤으로 표현된 장면들은 마치 관람객을 시간 여행자로 만든다. 그녀의 그림 앞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추억을 떠올리며 내면의 이야기를 다시 써내려가게 된다.

추억의 단면에서 발견한 위로

이지은의 그림은 관람객에게도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작품을 바라보는 순간, 각자의 기억 속에 묻어둔 행복과 슬픔이 떠오른다. 작가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관람자가 잊고 있던 추억의 조각을 되찾길 바란다. 여행 중 느꼈던 바람의 온도, 계절의 차가움과 따스함, 그리고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이 그녀의 손끝에서 새로운 빛을 발한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을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작업이라 보지 않는다. 그녀에게 그림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는 실감이며, 앞으로 나아갈 힘이다. 캔버스 위에 쌓인 색의 층위는 무의식 속에서 떠오른 시간의 파편들이고, 그 파편들이 만들어낸 형상은 관람객에게도 삶의 일부로 다가온다.

나와 너의 기억

이번 전시에서 공개되는 이지은의 작품들은 시간과 감정, 공간의 경계를 허문다. 하루의 기분과 감정이 겹겹이 쌓인 흔적들, 무심코 지나친 풍경 속의 색채가 그녀의 캔버스에 녹아들었다. 어떤 작품은 한없이 강렬하고, 또 어떤 작품은 눈길을 오래 머물게 하는 은은함을 품고 있다. 그녀의 그림은 작품 속 색과 형태를 통해 자신만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거기서 나만의 위로를 발견하게 된다.

이지은은 작업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삶의 조각을 기록한다. 그녀의 그림은 관람객에게도 같은 기회를 제공한다. 잊고 있던 추억과 행복을 떠올리게 하고,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11월 9일부터 12월 7일까지 열리는 《Palette of Memories》. 갤러리 ERD에서 당신의 기억과 그녀의 색이 만나 특별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흐릿한 감정들이 선명한 색으로 피어나는 순간을 놓치지 말길.


자료 제공 갤러리 E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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