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 데이즈’ 속 공중 화장실

요요기 후카마치 소공원의 투명 미니 화장실 © Satoshi Nagare, Courtesy of The Nippon Foundation

“화장실은 누구나 평등한 장소다.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나이 든 사람도, 젊은 사람도 모두가 인류의 일부다.”

독일 영화감독 빔 벤더스는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 이렇게 말했다. 벤더스는 도쿄의 공중 화장실을 배경으로, 고독, 단순함, 그리고 일상생활의 아름다움을 깊이 탐구하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영화는 도쿄에서 공중 화장실 청소부로 일하는 중년 남성 히라야마를 따라간다. 그의 삶은 단순하고 반복적이지만, 작은 기쁨과 성찰의 순간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소박한 삶은 그가 매일 청소하는 공중 화장실의 기술적이고 다채로운 디자인과 대조를 이룬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 스틸 이미지

처음에 이 프로젝트는 도쿄의 완벽한 공중 화장실 시스템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기획되었다. 그러나 도쿄 정부의 초청으로 벤더스는 현지를 방문하게 되었고, 일본의 청결 문화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아 다큐멘터리가 아닌 픽션 영화로 전환했다. 벤더스는 ‘장소를 보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픽션을 통해서다’라고 믿었다.

이 영화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대비해 외국인 방문객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기획된 ‘도쿄 화장실 프로젝트’의 일환인 17개의 공중 화장실을 조명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토요 이토, 안도 타다오, 쿠마 켄고, 마키 후미히코 등 16명의 유명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마지막 화장실은 후지모토 소우에 의해 2023년 3월에 완공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일본 문화에서 전통적으로 중요한 환대와 위생의 상징으로 이 시설들을 축하하려는 목표를 가진 닛폰 재단과 지역 정부의 협력으로 진행되었다.

이 영화는 이러한 화장실들의 역사적, 문화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각 화장실을 그 주변 환경과 대조되는 소우주로 묘사한다. 시게루 반이 디자인한 대표적인 화장실은 문이 잠기면 불투명해지는 컬러 유리 벽을 특징으로 한다. 반은 ‘특히 공원에서는 공중 화장실을 사용할 때 청결과 사용 여부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주목할 만한 화장실로는 15개의 무작위로 배치된 콘크리트 벽이 있는 에비스 공원의 원더월 화장실, 일본 전통 포장 기법인 오리가타에서 영감을 받은 히가시 산쵸메 화장실, 그리고 발광 구조의 사무라이 화장실 등이 있다.

이러한 하이테크 시설에도 불구하고, 화장실 청소는 일반 시민들이 맡는다. 이 작업은 히라야마에게 집중과 평온의 순간으로 변하며, 일상의 일부로서 독특한 연결 고리를 형성한다. 이는 심지어 가장 상징적인 건축물도 일상생활의 일부가 될 때 평범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도쿄 토일렛 / SAMURAI. © Satoshi Nagare, Courtesy of The Nippon Foundation

도쿄 자체도 영화 속 하나의 인물처럼 등장한다. 현대 건물과 전통 구조물의 병치는 주인공이 겪는 도시의 이중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대조는 히라야마의 삶 전반에 걸쳐 반향하는 전통과 현대, 새로움과 옛 것 사이의 긴장을 반영한다.

히라야마는 하루 종일 화장실을 청소하면서도 집에서 샤워는 하지 않고, 대신 전통 일본 공중목욕탕인 센토를 이용한다. 이는 1950년대에 많은 가정에 목욕 시설이 없던 시절의 지역 문화 전통을 반영한다. 영화에서 이러한 방문은 주인공의 깊이 있는 의식적인 일상의 일부로 통합되어 내면을 돌아보는 순간을 만든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 스틸 이미지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또한 단순한 삶의 아름다움과 현재 순간을 사는 예술을 찬미한다. 끊임없는 자극과 메시지가 넘치는 현대 시대에, 이 영화는 독서나 음악 감상 같은 일상 활동에서 찾는 기쁨을 강조하며 건축물에서만 특별함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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