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원짜리 공중화장실이 ‘명품 건축’이 될 수 있을까?

사진: 이남선 | 제공: Daniel Valle Architects

도심 호숫가에 자리 잡은 한 공중화장실이 건축계와 대중 모두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너무 예쁘고,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2024년 2월, 대구 수성못 상화동산에 문을 연 이 공중화장실은 스페인 출신 건축가 다니엘 바예(Daniel Valle)가 설계한 곡선형 구조물이다. 1990년대에 지어진 기존 시설을 허물고, 이곳의 자연과 어우러지도록 리디자인된 건물은 수직으로 배열된 450개의 목재 루버로 감싼 더블 레이어 파사드가 특징이다. 기능적으로는 채광과 통풍을 확보하고, 시선은 차단한다.

하지만 이 ‘공공건축 오브제’는 9억 원이라는 예산으로 완공되며 전국적인 논란에 휩싸였다.

기능 그 이상을 위한 디자인, 비판 그 너머의 가치

다니엘 바예 건축사무소(Daniel Valle Architects)는 이번 프로젝트를 단순 리노베이션이 아니라 ‘풍경의 일부가 되는 건축’으로 접근했다.

목재 파사드는 시간이 지나며 식물이 오르고, 새가 머물 수 있는 틈을 품고 있다. 화장실이라는 기능적 최소 단위를 넘어 생태적 순환과 계절의 변화를 수용하는 인프라로서 재정의된 셈이다.

여기서 우리가 묻고 싶은 건 단 하나다.
‘과연 공중화장실에 9억 원이 적절한가?’ 혹은,
‘이 정도면 도시의 경관과 감각을 바꿔낸 비용 아닐까?’

그리고, 2탄 예고 — 내관지 숲속광장 화장실

이 논란의 연장선에서, 수성구청은 또 하나의 ‘예술 화장실’을 예고했다.
이번에는 내관지 숲속광장. 대구스타디움 인근의 유아숲체험원과 연계된 자연형 문화공간에 조성될 예정이다. 예산 역시 동일하게 9억 원. 설계는 승효상 건축가가 맡았다. 내년 연말 완공을 목표로 현재 허가 절차 중이다.

하지만 이곳은 상화동산과 달리 유동 인구가 적고 도심과도 거리가 있어, 벌써부터 ‘또 예산 낭비냐’는 비판과 ‘그래도 품격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옹호가 맞서고 있다.

건축, 욕망, 그리고 공공성

수성구청은 이 두 개의 화장실을 ‘명품 화장실’, 혹은 ‘문화예술도시의 품격’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도시를 구성하는 공공건축에서 디자인과 세금, 일상성과 상징성, 기능과 형식은 늘 갈등 구조 속에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지 ‘얼마를 썼는가’가 아니라, ‘그 예산이 어떤 공공 경험으로 환원되었는가’일 것이다. 그리고 어떤 도시든, ‘가장 일상적인 곳’에 ‘가장 감각적인 것’을 심어두는 일이야말로 가장 급진적인 도시 디자인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자료 제공 Daniel Valle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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