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노루 야마사키의 불완전한 걸작들

레이니어 타워
워싱턴주 시애틀 메트로폴리탄 트랙에 있는 레이니어 타워 (설계: 미노루 야마사키 )

미노루 야마사키라는 이름을 들으면 떠오르는 건물들이 있을까? 현대 건축계에서 야마사키는 전성기 동안 250여 개의 건물을 설계했고,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디자인상을 휩쓸었다. 심지어 타임지의 표지에 등장할 정도로 명성을 쌓았지만, 그가 설계한 건물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오히려 그가 원치 않았던 것들이다. 바로 푸르이트-아이고 주택단지와 뉴욕의 쌍둥이 타워다. 두 건물 모두 파괴되었고, 그것이 그의 건축적 유산에 묘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야마사키의 대표작들이 역사의 비극 속에서 무너진 지금, 그의 건축적 기여는 과연 어떻게 평가되어야 할까?

야마사키 미노루
미노루 야마사키

야마사키의 출발은 전통적인 보자르 양식이었다. 하지만 뉴욕에서의 시간, 그리고 전 세계를 여행하며 경험한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이 그의 현대 건축 철학에 깊이 스며들었다. 그는 일본의 정교한 장인 정신과 정서적 의미, 이탈리아의 고전 건축, 이슬람 세계의 웅장한 아름다움을 자신의 작품에 녹여냈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웨인 주립 대학의 맥그리거 기념 컨퍼런스 센터는 그가 사랑한 고전적 대칭미와 현대적 감각이 결합된 건물이다. 이처럼 야마사키는 “새로운 형식주의”를 통해 고전 건축의 아름다움을 현대에 재해석했다.

1954년 착수된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대규모 공공 주택단지 프로젝트 ‘프루이트 아이고’. 공공정책에 의한 도시 재건축 실패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 U.S. Geological Survey

그러나 야마사키의 이름이 대중에게 기억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가장 싫어했던 건물들 때문이다. 푸르이트-아이고와 쌍둥이 타워는 건축가로서 그의 이상과 타협한 결과물이었다. 그는 거대한 스케일의 프로젝트에서 인간성을 담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굴복하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야마사키는 자신의 건축적 신념을 잃어갔고, 이는 그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뉴욕 세계 무역 센터 © Balthazar Korab

푸르이트-아이고는 낮은 예산과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빠르게 붕괴되었다. 쌍둥이 타워는 건축가의 의도와 달리 차가운 거대한 구조물로 남았고, 결국 9.11 테러로 파괴되었다. 야마사키는 이 두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절감했고, 이는 그의 건축적 유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폴 키더의 책은 건축의 유약함을 통해 야마사키의 삶과 작품을 재조명한다. 그는 야마사키가 직면한 현실적인 한계와 건축가로서의 고뇌를 깊이 있게 다룬다. 이 책은 건축가들이 자신이 의도한 대로 건축을 완성할 수 있는 힘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미노루 야마사키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건축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 아름다움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에 대한 경고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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