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스탁이 설계한 하늘 위 마성의 호텔

사진: Philippe Starck

도대체 누가 19세기 저택을 마천루 위에 얹을 생각을 했을까?
정답은 필립 스탁. 기발함과 광기로 유명한 이 프랑스 디자이너는 이번에도 한 수 앞섰다.

프랑스 메스(Metz)에 등장한 이 ‘메종 헬러(Maison Heler)’ 호텔은, 9층짜리 모노리스 타워 위에 19세기풍 대저택을 그대로 얹은 듯한 초현실적인 건축물이다. 아니, 진짜 얹었다. 그리고 이 기이한 구조물에는 한 남자의 상상 속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고립된 대저택, 그리고 떠있었다

이 호텔은 한 허구의 인물인 ‘만프레드 헬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그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아름다운 저택에서 고요하게 살아가던 고아였지만,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의 모든 것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한다.

스탁은 그를 “지극히 치밀하면서도 시적인 인간”이라 묘사하며,
“비록 모든 시도가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언제나 유머와 순수한 창작 욕구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느 봄날의 진동

“봄이었다. 그는 안락의자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그 순간,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윽고 그의 저택, 정원, 안락의자까지 통째로 하늘로 솟아올랐다.
마치 쿠키커터가 지구의 한 조각을 잘라 들어올리듯.”

그렇게 저택은 9층 높이의 콘크리트 타워 꼭대기에 착륙했다.

저택 위 낭만, 타워 아래 미니멀리즘

건물 상단의 대저택은 외관부터 실내까지 전통적인 19세기 스타일로 꾸며졌다.
하지만 디테일은 필립 스탁식 위트로 가득하다.
크리스털 망치, 플라스터 모루, 양쪽에 날이 달린 도끼, 거꾸로 된 흔들의자 같은 초현실적 오브제들
공간 곳곳을 유랑하며 ‘만프레드 헬러의 상상’을 완성한다.

반면, 아래쪽 104개의 객실은 전혀 다른 세계다.
노출 콘크리트 천장과 새하얀 커튼, 극도로 절제된 색감.
스탁은 이를 “수도승 같은 공간”이라 설명하며,
“모든 재료가 스스로의 색을 주장한다”고 말했다.

Rose를 위한 식탁

1층 로비에는 만프레드 헬러의 가상의 연인을 기리는 레스토랑,
La Cuisine de Rose(로즈의 부엌)가 자리잡았다.
밝은 인테리어와 어두운 가구의 조화가 인상적이며, 테라스에는 나무가 심어져 있다.
아마도 이곳은 ‘하늘 위 저택’에서 현실 세계로 내려오는 문일지도 모르겠다.

Philippe Starck답게,

이 호텔은 그저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몽환적 서사, 하나의 건축적 판타지다.
사실 우리는 아직도 묻고 있다.
정말 저택이 하늘에서 내려온 걸까, 아니면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솟아오른 걸까?

Artlamp
Artlamp

아트램프(ARTLAMP)는 예술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아트 플랫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