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0m 길이의 ‘무난한 유리 건물’.
그동안 서울 코엑스 컨벤션센터를 수식하던 말은 이랬다. 하지만 이젠 달라진다. 영국의 헤더윅 스튜디오가 제안한 ‘경험의 건축’이 이 정형성을 깬다. 서울의 변화하는 정체성을 반영하며, 도시와 건물이 보다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코엑스가 탄생한다.

‘호기심의 캐비닛’으로의 전환
코엑스는 국내 최대 전시·컨벤션 센터 중 하나지만, 외관은 오히려 폐쇄적이고 고립적이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Cabinet of Curiosities(호기심의 캐비닛)’이라는 개념을 제안하며, 건물 전체를 발견과 참여의 장소로 탈바꿈시키려는 것이다.
새로운 파사드는 다양한 크기의 박스들이 쌓여 구성된다. 마치 전시품이 배치된 큐브처럼, 그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구조다. 단순한 입면 디자인이 아닌, 프로그램 유연성과 도시 맥락을 고려한 설계다.
‘행사장’ 아닌 ‘열린 광장’으로
리노베이션의 핵심은 외형이 아닌 관계다.
기존의 유리벽을 걷어내고, 시민과 만나는 1층을 활성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로비, 광장, 작은 전시 공간과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열리는 공공공간으로 변모한다.
이제 코엑스는 단지 ‘행사 있을 때만 가는 곳’이 아니다.
한강과 서울 도심을 조망할 수 있는 스카이가든과 전망대는 상층부에 마련되고, 인근 공원과의 연결성도 강화된다. 도시 속에서 자연스럽게 흐르는 ‘공공성’이 이 건축의 가장 큰 목표다.

2029년, 서울의 얼굴이 바뀐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리노베이션이 아닌 도시 마스터플랜에 가까운 접근이다. 에너지 효율, 자재 재사용, 실내외 공기질 개선 등 지속가능성 역시 주요 설계 축으로 포함된다.
코엑스를 중심으로 서울의 ‘열린 도시 경험’을 설계하려는 이 시도는, 같은 맥락에서 현재 노들섬 리디자인과 한화 갤러리아 리노베이션으로 확장 중이다. 2025년 서울건축비엔날레 총감독으로도 활동 중인 토마스 헤더윅의 손길이 닿은 서울은, 이제 점점 더 입체적인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