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간: 2024. 11. 08 – 2024. 11. 23
- 장소: 아트플러그 연수
- 주소: 인천 연수구 청량로101번길 33
- 시간: 월~토 10:00-18:00 (일 휴관)
- 문의: 032-858-7661
식물도 SNS 인생샷을 즐길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11월 8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원나래의 개인전 <Editorial Plants>는 이 발칙한 상상에서 시작한다. 현대인이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을 연출하는 방식과 ‘플랜테리어’라 불리는 식물 장식 트렌드를 교묘하게 엮어낸 이번 전시는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자연 그대로일까, 아니면 완벽히 연출된 모습일까?”

가꿔진 자아, 그리고 가상의 식물
원나래 작가는 이전부터 ‘연출된 자아’를 주제로 삼았다. SNS에서 건강하고 멋진 이미지를 쫓던 자신의 경험을 되돌아보며, 이번 전시에서는 이 ‘꾸밈’이라는 개념을 식물에 비유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화려한 식물 사진이 얼마나 인위적인지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다. 식물은 자연의 일부지만, 더 예쁜 사진을 위해 가지가 구부러지고 철사로 모양이 잡히며 자신을 연출한다. 이 과정을 통해 관람객은 “이 식물은 자연 그대로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식물 초상극장 – 현실과 가상의 경계
전시는 크게 두 가지 식물 초상을 다룬다. 하나는 실재하는 식물의 모습, 또 하나는 SNS의 이상적 이미지에 맞춰 조작된 가상의 식물이다. 원나래는 이 식물들을 ‘가꾸고’, ‘꾸미며’, ‘사진을 찍는’ 과정을 통해 사람의 자아 연출 방식과 식물이 미적 기준에 따라 꾸며지는 과정을 평행하게 놓는다. 인스타그램 속 사람이 자신의 외모를 연출하는 방식을 식물에 그대로 적용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아름다움’의 이중성이다. 예쁘지만 인위적이고, 매력적이지만 철저히 계산된 모습. 이번 전시는 단순히 아름다운 식물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다. 관람객이 보며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본질과 겉모습의 경계를 묻게 된다.

여성과 꾸밈의 역사, 그 복합적 관계
원나래의 전시가 특히 흥미로운 이유는 식물에 비유된 여성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녹여낸다는 점이다. 여성들이 미적 기준을 쫓으며 스스로를 꾸미는 역사는 길다. 그 과정에서 다른 여성들의 시선과 협력, 때론 경쟁이 얽힌다. 전시는 ‘인생샷’을 만들어내기 위한 여성 간의 유대와 갈등을 식물을 통해 우회적으로 탐구한다.
전시장에는 SNS 피드처럼 식물 초상이 배치되지만, 인생샷과 셀카가 마주 보는 구조다. 관객은 친구가 찍어준 인생샷과 스스로 찍은 셀카, 친구를 위해 만들어준 인생샷과 자신이 열망하는 자아의 이미지 사이를 넘나들며 그 차이를 느끼게 된다. 인생샷의 배경 속에서 자신이 꾸민 이미지와 그 이미지를 위한 진심이 얽혀 있는 복잡한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전시는, 우리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연출하는 현대의 초상을 비춘다.

메디테이선 퍼즐 테이블 – 자기 연출의 경계를 허물다
전시의 마지막 코너 <메디테이선 퍼즐 테이블>은 자기 연출을 넘어 다양한 ‘나’를 실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관람객은 이곳에서 되고 싶었던 ‘나’ 대신 새로운 모습으로 ‘나’를 조립해보고, 완성된 형태가 예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양한 자아가 함께 만들어가는 모습에서 ‘연출되지 않은 아름다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임을 전시는 말한다.
자료 제공 원나래(@narae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