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의 황혼>이 드디어 국내에서 첫 개봉한다. 그의 마지막 흑백영화인 이 작품은 흑백 미학의 정점을 찍은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오즈의 절제된 연출 스타일은 여기서도 여전히 빛난다. 특히, 빛과 그림자를 활용한 인물 심리의 표현은 절정에 달하며, 오즈 영화 중에서도 감정적 깊이가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하라 세츠코가 연기한 타카코의 얼굴에 드리운 어둠은 단순한 미장센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어둠은 그녀가 겪는 내면의 고통과 상실감을 그대로 반영한다. 오즈는 인물들의 감정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섬세한 터치로 강렬한 울림을 이끌어낸다. 이는 정성일 평론가의 말처럼 “과하지 않으면서도 울림이 크다”는 점에서 오즈의 특별함이 드러난다.
<동경 이야기>와 함께 동시 개봉하는 이번 상영은, 두 작품을 통해 오즈 영화의 여백과 절제를 깊이 음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오즈의 대표작이자 마지막 흑백 영화인 <동경의 황혼>은 특히 흑백 화면이 주는 미학적 충격과 감정의 농도를 극대화한 독특한 영화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오즈의 독창적인 연출 방식이 어떻게 감정의 깊이를 끌어올리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오즈는 흑백의 여백 속에 삶의 무게를 담는다. 이 영화는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우리가 놓친 감정의 진폭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