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간: 2024. 09. 01 – 2025. 02. 28
- 장소: 헤레디움
- 위치: 대전광역시 동구 대전로 735
- 시간: 11:00 ~ 19:00 (월, 화 휴관)
- 티켓: 성인 15,000원 / 청소년 12,000원 / 어린이 9,000원
- 문의: 0507-1422-2075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 마르쿠스 뤼페르츠가 대전의 복합문화예술공간 헤레디움에서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 제목은 “죄와 신화, 그리고 다른 질문들”. 제목부터 이미 흥미롭다. 뤼페르츠는 신화를 어떻게 재해석했을까? 특히 그리스 신화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남겨진 질문은 무엇일까?
9월 1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진행되는 이 전시는 뤼페르츠의 후반기 작품과 최신작까지 아우른다. 디티람브, 고대 그리스 디오니소스에게 바치는 찬가에서 영감을 받은 개념을 중심으로 33점의 회화와 8점의 조각이 전시된다. 여기서 디티람브는 단순한 예술적 모티프가 아니다. 뤼페르츠는 이 개념을 통해 추상과 구상, 자유와 규율, 감성과 이성을 넘나드는 상호작용을 탐구한다.

고전적? 예술적? 아니면 그냥 뤼페르츠적인?
이번 전시에서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은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다프네, 님프, 헤라클레스 같은 익숙한 얼굴들은 더 이상 고전적 모티프에 갇혀 있지 않다. 이들은 추상적이면서도 암시적인 형상으로 다시 태어나고, 전통적 미학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생명력을 품는다. 17세기 프랑스 화가 니콜라스 푸생의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시리즈도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여기서는 인간의 숭고함과 윤리적 행위가 아닌, 그저 자유롭게 흘러가는 형태가 중요하다.
브론즈 조각도 함께 전시되는데, 뤼페르츠는 여기서도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 신화를 과감히 재구성하고, 선명한 원색을 덧입힌 작품들이 관객을 압도한다.

예술가, 작가, 그리고 재즈 피아니스트
뤼페르츠의 다재다능함은 말할 것도 없다. 화가, 조각가, 무대 디자이너, 시인, 그리고 재즈 피아니스트. 이 정도면 “예술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특히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는 그가 어떻게 80년대의 추상미술과 개념미술 사이에서 ‘회화를 위한 회화’를 주장하며 독자적인 길을 개척했는지 엿볼 수 있다.
뤼페르츠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신화 속 인물들이 품고 있는, 그리고 우리 모두가 묻고 있는 근본적 질문에 다가가게 된다. 정답은 없을지 모르지만, 질문하는 과정 자체가 예술의 힘이니까.

헤레디움은 대전 동구 인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구 동양척식주식회사의 옛 건물을 복원해 탄생했다. 전시장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헤레디움’을 통해 오디오 도슨트를 들을 수 있다는 점도 놓치지 말자.

신화를 재해석하는 뤼페르츠의 손끝에서, 그리스 신화는 현대를 묻고, 우리는 답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