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지 작가의 작업은 말 그대로 층을 쌓고, 그 층을 다시 깎아내는 반복의 예술이다. 작가는 평면과 입체라는 두 가지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겉만 보아서는 이해할 수 없는 내면의 이야기들을 천천히 드러낸다. 그 과정은 마치 시간에 묻혀버린 기억이나 감정처럼, 처음엔 보이지 않지만 끊임없이 파헤쳐 보면 결국 드러나게 마련이다.


, acrylic medium, 220-300 x 16-35 cm
김민지의 평면 작업은 예상하지 못한 무늬를 만들어낸다. 울퉁불퉁한 표면 위에 겹을 쌓고 다시 긁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마치 자연에서 나무나 돌을 깎아냈을 때 나타나는 아름다운 무늬처럼 작품이 완성된다. 이는 무작위적인 패턴이지만, 바로 그 무작위 속에서 예술적 질서가 나타난다.

도자 작업에서도 그의 손길은 자연의 법칙을 닮아간다. 나무의 결이나 물의 파동, 나뭇잎의 맥처럼 모든 것은 성장하며 자신만의 무늬를 만들어간다는 사실을 관찰하며, 그는 도자기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한다. 쌓아 올린 겹을 다시 깎아내는 과정에서 조각된 흔적들은 그 자체로 새로운 형태와 이야기를 담아낸다.

김민지의 작품은 단순한 장르의 경계를 넘어선다. 평면에서 입체로, 순수미술에서 공예로, 그의 손을 거친 모든 작업은 자연과 인간, 기억과 감정, 과정과 결과의 무수한 연결을 보여준다. 결국, 김민지는 하나의 개체가 아닌, 서로 연결된 우주들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의 작업이 끊임없는 순환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쓸모없어 보이는 작은 조각들도 새로운 작품으로 이어지고, 그 형태는 다시 다른 무언가와 연결된다. 이는 곧 김민지 작가의 철학이기도 하다. 모든 것은 고유하지만, 결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개체는 상호작용을 통해 더 큰 세계로 나아간다.
김민지 작가 약력
학력
2013.02 선화예술고등학교 서양화과 졸업
2019.02 이화여자대학교 도자예술과 졸업
2024.02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도자예술과 졸업 예정
개인전
2024.05-06 ‘모순의 조화’ _ 서진아트스페이스 유예재, 서울
2021.10-11 ‘We all have own planet’ _ 갤러리 도스,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