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매일 수많은 이미지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매체는 0과 1로 코딩된 신호로 우리의 시각을 지배하며, 이 과정에서 실체 없는 추상적인 기호들이 인간적인 감각을 대체해 버린다. 기드 보르의 ‘스펙터클의 사회’가 바로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김지용은 이를 직시하며 디지털 세계와는 반대로, 손으로 직접 만지고 작업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다양한 섬유 재료를 엮고, 잊힌 소재들을 새롭게 조합하는 그의 작업은 수작업의 반복과 정성을 담고 있다. 특히, 폐기된 현수막이나 폐섬유 같은 재료들을 해체하고 다시 엮는 과정은 그가 직조 기술을 통해 인간의 손길이 지닌 가치를 되살리려는 시도다.

김지용의 작업은 한마디로, 인간의 시간과 손길이 담긴 연대기라고 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손을 덜 사용하게 되었지만, 그의 작품은 그러한 손의 역사를 되새기며 예술과 기술의 본질을 탐구한다. ‘Magnum Opus’라는 전시 제목처럼, 김지용의 과정은 단순히 결과물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황금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그의 손길은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져 온 인류의 노력을 상기시키며, 테크놀로지 시대에 진정한 ‘인간다움’을 찾는 길을 제시한다.

이 전시가 던지는 질문은 간단하지만 깊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고도의 기술 시대에서도 인간답게 존재할 수 있을까? 김지용은 그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재료를 발굴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손으로 하나하나 엮어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인간다움의 본질이자, 예술의 가치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