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5월 20일, 뱅크시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새 작품을 공개하며 다시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엔 익숙한 정치적 풍자가 아닌, 감성적인 문장이 담긴 등대다.
그림 한가운데엔 이렇게 적혀 있다.
“I WANT TO BE WHAT YOU SAW IN ME”
“네가 내 안에서 봤던 사람이 되고 싶어.”
거리에서 솟아오른 등대
뱅크시의 새 벽화는 한 도로 경계석 옆에서 시작된다. 바닥에 드리운 회색 그림자는 점점 위로 솟아오르며 등대의 형태를 이룬다. 하얀 스프레이 라인은 등대의 빛줄기를 표현하고, 그 중심에는 앞서 말한 문장이 박혀 있다.
이번 작품은 뱅크시 특유의 날카로운 사회 비판 대신, 관계의 감정과 내면의 결핍을 향한다. 이전의 ‘간호하는 성모 마리아(Nursing Madonna)’나 런던 동물원 벽화에서 보여준 메시지와는 사뭇 다른 정서다. 누군가에게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던 마음, 혹은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고 싶은 심정이 녹아든 듯하다.

“마르세유일까?”
정확한 위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팬들은 벽화 주변의 거리 풍경과 함께 등장한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커플 사진을 단서로 삼아 프랑스 마르세유의 르 파니(Le Panier) 지역을 추정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 등대를 “관계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에게 보내는 구조 신호 같다”고 해석했고, 또 다른 이들은 “뱅크시도 결국 누군가의 인정과 사랑이 그리운 사람”이라며 감정을 이입한다.


침묵의 끝, 변화를 예고한 회귀
뱅크시가 마지막으로 작품을 올린 건 2024년 12월이었다. 당시 그는 아기 예수를 간호하는 마리아를 통해 돌봄의 복잡한 윤리를 그려냈고, 런던 동물원 벽화에서는 동물의 자유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번 등대는 그러한 메시지를 잠시 내려놓고, 인간의 감정과 기대, 사랑에 대한 내면의 단면을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