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대정 바닷가, 건물 벽면에 뜻밖의 ‘돌고래’가 나타났다. 남방큰돌고래 서식지 앞바다에서 수거한 폐그물로 만든 스트링 아트 조형물이다. 이니스프리 모음재단이 서귀포시와 함께한 〈함께 그리는 오션뷰, 해안변 환경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지역사회와 학계, 주민이 힘을 모아 완성했다.
멸종 위기의 생명, 예술로 다시 숨 쉬다
조형물이 설치된 대정읍 노을 해안도로는 남방큰돌고래의 주요 서식지. 현재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개체는 약 100~120마리에 불과하다. 무분별한 관광선박 접근과 해양 폐기물은 이들을 위협해왔고, 이번 프로젝트는 돌고래를 ‘관광 자원’이 아닌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로 인식 전환을 시도한다.
주민이 공간을 내어주고, 제주대학교 융합디자인학과 학생들이 디자인을 맡았다. 지난 5월부터 관광객과 주민 인터뷰를 통해 도출된 메시지는 바로 ‘돌고래의 쉼터, 대정의 마음’. 이를 시각화한 작품은 페인트 밑그림 위에 폐그물로 형상을 완성해, 마치 실제 돌고래가 벽 위에서 수영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지속 가능한 예술, 사라지지 않는 메시지
이 작품의 핵심은 ‘사라짐과 지속’의 대비다. 시간이 흐르며 채색은 옅어지지만, 폐그물로 구현된 돌고래의 형상은 남아 “생명의 가치는 영원하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품는다.
이진호 이니스프리 모음재단 이사장은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미관 개선을 넘어, 해양 생태계 보전과 공존의 의미를 환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서귀포시 해양수산과 부종해 과장은 “대정 앞바다를 남방큰돌고래와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해양 관광 모델 지역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대 오철훈 교수 역시 “지역 주민의 마음과 학생들의 노력이 합쳐져 만들어진 결과물이기에 더 뜻깊다”고 덧붙였다.
제주의 가치를 지키는 재단
2015년 설립된 이니스프리 모음재단은 아모레퍼시픽 창업주 故 서성환 회장의 제주 사랑 정신을 이어, 오름 보전·생태 복원·마을 상생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그 연장선에서, 지역 사회와 협력해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그린다.
자료 제공 이니스프리 모음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