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헤이 쿄모리 개인전 《Decor is Painless Domiation》

  • 기간: 2024. 08. 31 – 2024. 10. 13
  • 장소: 화이트스톤 갤러리
  • 시간: 화 – 일 11:00 – 19:00 (월 휴관)
  • 문의: 02-318-1012

일본 작가 코헤이 쿄모리가 서울에서 개인전을 연다. 장식의 문화를 역사와 사회적 맥락 속에서 탐구해 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장식이 우리에게 미치는 압박과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본질을 파헤친다. 제목은 강렬하다, “Decor is Painless Domination.” 눈길을 사로잡는 장식이지만, 그 속엔 억압과 지배의 힘이 담겨 있다는 작가의 시선이 돋보인다.

사진: 화이트스톤 갤러리

쿄모리는 패션과 상업 디자인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대중 매체가 우리에게 끊임없이 주입하는 이미지, 그 반복의 힘을 그는 “통증 없는 지배”라 부른다. 장식은 보통 눈에 띄는 아픔 없이 우리의 시각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이 반복은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의 인식을 왜곡해왔다는 것이 작가의 주장이다.

이번 전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지하에선 “O 시리즈”가 관람객을 맞는다. 종교적 장식과 사회적 권위의 관계를 탐구한 작품들이 돋보인다. 보석, 장신구, 왕관, 메달 등 다양한 장식적 요소를 레진으로 콜라주해 웅장한 제단 구조를 완성했다. 이 작품들은 종교 예술의 엄숙함을 표현함과 동시에 장식이 어떻게 경외와 권위를 전달하는지 보여준다.

사진: 화이트스톤 갤러리

2층에선 “S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이 작품들은 프랑스어 ‘Simuler’에서 착안해 장식의 표면적 힘을 다룬다. 먹물과 레진을 사용해 화려한 꽃과 나무를 그리는데, 점차 레진으로 덮여 마치 새로운 형태의 장식이 탄생한다. 전통적 선과 원근법을 뛰어넘어 쿄모리만의 독특한 미학을 창조한다.

사진: 화이트스톤 갤러리

그리고 4층에서 공개되는 설치 작품 “Decorative Relationships 001.” 쿄모리의 첫 설치 작업으로, 치밀하게 배치된 비늘 무늬가 공간을 압도한다. 반복되는 패턴의 스케일이 시각적 폭력성을 드러내며 개개인의 의식을 위협하는 듯하다. 그 속에서 끝없이 들려오는 “동의하십니까?”와 “네, 동의합니다.”라는 대화는 장식의 힘이 어떻게 우리를 무의식적으로 지배하는지를 묘사한다. 이는 장식이 가진 진정한 힘, 일종의 ‘세뇌’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증거”라는 심리 개념을 끌어와 개개인이 어떻게 집단의 의견에 순응하게 되는지 보여준다. 쿄모리는 이처럼 장식이 지각을 왜곡하고 의식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졌음을 일깨운다.

사진: 화이트스톤 갤러리

쿄모리의 작품 세계는 유럽의 장식 미술에 영감을 받아, 동서양의 장식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그가 다양한 장식 요소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역사의 흔적과 문화적 뿌리를 드러내며 서로 다른 예술이 어떻게 교류하는지 보여준다. 편견과 차별을 없애고 상호 수용을 추구하는 그의 작품은 디지털 시대에 인간의 손길이 담긴 창작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는 에르메스와의 협업으로도 유명하며, 국제 스카프 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는 등 그의 예술 세계는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인사이트

장식은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닌, 무의식적인 세뇌의 도구다. 우리를 스치듯 지나가는 화려한 장식이 사실은 얼마나 강력한 힘을 지니는지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느껴볼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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