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이 이름만 들어도 전 세계 영화 팬들의 가슴이 두근거린다. 왜일까? 그는 단 7편의 장편 영화를 남기고도 영화 역사를 새로 쓴 감독이기 때문이다. 타르코프스키는 영화라는 매체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인물로, 그의 마지막 작품인 <희생>은 1986년 처음 공개된 이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전설로 남아 있다.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스크린에 남긴 유언
<희생>은 타르코프스키의 유작이자, 그의 영화적 철학이 최고도로 응축된 걸작이다. 영화는 평화로운 섬에서 일어난 생일 파티에서 갑작스럽게 세계 대전의 소식을 듣고, 절망에 빠진 주인공 알렉산더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과정을 그린다. 마치 감독 자신이 암 투병 중에도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것처럼 말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롱테이크로, 집이 불타는 장면을 6분 52초 동안 담아낸다. 그 순간, 알렉산더는 모든 것을 희생하겠다고 맹세한 자신의 기도를 실현하고, 관객들은 그가 겪는 고통과 구원을 그대로 체험하게 된다.

타르코프스키와 스벤 닉비스트, 두 거장의 완벽한 협업
이 작품에서 타르코프스키는 촬영감독 스벤 닉비스트와 함께 작업하며 그의 비전을 최고로 끌어올린다. 닉비스트는 잉마르 베리만과 함께한 3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타르코프스키의 깊은 철학적 주제를 카메라에 담아낸다. 둘의 협업은 긴장감 넘치는 과정이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결과물은 완벽하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롱테이크는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결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30년을 넘어 다시 스크린으로
2024년, <희생>이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스크린에 다시 오른다. 이 작품은 1995년 한국 개봉 당시, 종로의 작은 극장을 문전성시로 만들며 예술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재개봉이 예술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임은 분명하다. 특히, 빠른 소비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타르코프스키의 느린 미학이 어떻게 다시 한 번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기대된다.
타르코프스키가 남긴 마지막 선물
<희생>은 타르코프스키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과 같은 유작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말라고,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세상을 구원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8월 21일, 이 전설적인 작품을 스크린에서 다시 만날 준비를 하자.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데, 그게 무슨 뜻이죠, 아빠?
이 마지막 대사는 타르코프스키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 답은 영화를 통해 우리 각자가 찾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