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간: 2024. 10. 01 – 2024. 11. 17
- 장소: 이응노미술관
- 주소: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대로 157
- 시간: 화~일 10:00-18:00 (월 휴관)
- 문의: 042-611-9800
1964년, 이응노는 프랑스 예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파리동양미술학교의 개설은 당시 서구 미술 중심의 세계에 동양 예술을 선보인 최초의 교육적 시도였다. 세르누시 미술관 관장의 후원으로 시작된 이 강좌는 3천여 명의 프랑스 학생들에게 서예와 수묵화를 가르치며 동서양을 아우르는 예술적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이응노가 직접 지도한 이 수업을 통해 배운 이들은 예술가로 성장하며 그의 예술적 유산을 계승하고 있다. 이번 전시 <푸른 눈의 수묵>에서는 이응노의 제자이자 동양미술을 서양에 전파하는 다리 역할을 한 11인의 프랑스 작가들이 그려낸 현대 수묵화의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이응노의 가르침을 통해 동양의 전통을 배운 이들은, 각자의 작품에서 서예와 수묵화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한다. 예술적 본질을 탐구하는 재키 & 마르탱 페랭 듀오의 서예와 유리작품의 조합은 그의 가르침을 새롭게 확장시켰으며, 크리스틴 다바디-파브르게트의 나무 연작은 천 년의 고목처럼 깊고 견고한 수묵의 본질을 드러낸다. 또한, 클레흐 키토는 문자와 흑백의 상호작용을 통해 현대 도시 풍경을 추상적으로 재구성하며 서체와 선의 음악적 울림을 표현한다.
이응노는 단순히 먹과 붓을 가르친 교육자가 아니었다. 그는 서양 예술가들에게 동양의 미적 가치를 전수하며, 이를 통해 동서양의 예술이 공존하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의 제자들은 서예와 수묵을 바탕으로 저마다의 시각적 언어를 구축했으며, 이러한 과정은 이응노가 추구했던 동양과 서양의 융합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전시의 참여작가인 엘리자베스 뷔르겅은 자연에 대한 깊은 탐구를 통해 선과 색을 자유롭게 결합했고, 프랑수아즈 플로토는 명상과 관찰을 통해 얻은 자연의 에너지를 선으로 형상화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11명의 프랑스 작가가 보여주는 작품을 통해 이응노의 예술이 어떻게 서구 미술계에서 지속적으로 계승되고 있는지를 조망한다. 이들은 붓의 운동감을 활용해 작품에 동적인 리듬을 부여하고, 서체와 색의 조화를 통해 서구의 추상미술과는 차별화된 동양적 정서를 표현한다.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이응노가 남긴 예술적 흔적을 각자의 방식으로 변형하고 확장하며, 그가 꿈꿨던 동서양 미술의 융합을 현실로 구현하고 있다.
동서양 예술의 상호 교차로: 파리동양미술학교의 유산
이응노의 파리동양미술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닌, 동서양 예술이 만나 융합하는 실험적 공간이었다. 서구의 추상화가들이 동양의 미학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시점에서 이응노의 수업은 파리 예술계에 새로운 영감을 제공했다. 프랑스의 저명한 미술사학자 다니엘 엘리세프는 이를 “혁명적 시도”로 평가했으며, 수많은 서구 예술가들이 그의 수업을 통해 새로운 창작의 영감을 얻었다. 이응노는 자신의 작품에서 서구적 요소를 과감히 접목시키면서도 동양 전통의 뿌리를 잃지 않았으며, 이는 제자들에게도 강렬한 영향을 주었다.

장 비유후와 시빌 프리델은 서체와 조각을 통해 동양적 감수성과 서구적 조형감을 융합하는 독창적 접근을 보여준다. 장 비유후는 서예의 선과 흑백의 조화를 통해 정제된 구조와 명확한 공간감을 구현하며, 프리델은 생명체의 유기적 움직임을 수묵의 흐름 속에 녹여낸다. 이들의 작품에서 보이는 동서의 조화는 파리동양미술학교가 이루어낸 성취와 유산을 반영하며, 동양과 서양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는 시도를 담고 있다.
이응노와 그의 제자들이 전개한 동양미술은 서구적 시각으로 바라본 동양예술의 경계를 넘어선다. 그들의 작품은 현대적이며, 동시에 고전적이다. 이들은 동양미술의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전통을 현대적 언어로 재구성하며, 이응노가 남긴 예술적 유산을 그들의 방식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전통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구 예술과의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예술을 탐구하는 과정이다.
자료 제공 이응노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