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ate: 2025.08.01 – 08.14
- Place: 모크캠프
- Location: 서울 종로구 명륜10길 15 2층 201호
- Hours: 11:00 – 18:00
- Contact:https://instagram.com/mockcamp.site

과도한 생각은 춤춘다.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 단지 물리적일 뿐인 쌓임이 – 필요했는지 모른다. 그저 이를 경험하는 것밖에 다른 대안이 없음을 이제야 슬그머니 깨닫고 단적인 무기력함을 개탄했다. 눈치챈 사실이지만, 이해는 만족을 재주껏 번복하는 듯하다.
지붕은 은근히 높은 곳을 사유하고 대체로 무난한 흐름을 도왔다. 이에 어느 정도 방조의 낌새를 느끼지만, 어젯밤은 불과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기간을 붙잡고 홀연히 미소 지었다. 사라짐은 어제의 낮. 빈틈에 박힌 생활의 흔적이 저와 같은 결을 불러일으킨다.
언제까지고 얼어 있을 수 없는 수도는 뜨겁게 주둥이를 개진한다. 그것은 여타의 의견이나 주장을 함축하며 입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물론 이에 호응할 봄은 없었다.
한쪽 눈으로 파악한 주변이 절반가량 사라져도 속에 치밀곤 한 대상의 형태는 치밀함을 지속한다. 앞다퉈 곱씹을 터가 나에게 있던가.

얼룩은 바닥에 눌어붙어 있었다. 드디어 거처를 마련했다는 듯 한껏 안도한 행색이 윤곽에 누렇게 떴다. 흠집과 상처로 더욱 위태로워진 난간은 외길을 뚜렷하게 끌어안고 사사로운 밤중에 예삿일을 끌어들였다. 시선이 깊어질수록 허리가 굽었다. 그렇게 우뚝 선 채 배고픈 것도 잊고, 활자가 되어도 전과 다를 바 없는 현재와 이것에 결부된 소리를 날카롭게 허공에 그었다. 어제가 유독 깜깜했다고 해도 떨쳐낼 수 없는 소식은 무로 돌아가지 않는다.
한때 줄곧 오르막을 오르던 때가 있었지만, 이를 기억하는 지금은 단지 정체로 정황상 기분만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오르막길에 비틀거리며 쏟아지던 청중은 이제 온데간데없다. 그들은 조각이 되었을까. 바퀴 빠진 수레가 슬그머니 옆으로 쓰러지고. 바닥을 제 발로 칠하느라 주변이 없던 사람 곁을 쏜살같이 다녀왔다. 그에게 더 이상 무너짐은 없었다. 그는 어둠을 밝히는 것들은 질릴 줄 모르고 바라보았는데 그저 무디다, 하고 지속된 행위에서 비롯될 감상을 일축했다.




다수의 종잇조각이 형태를 갉아 먹듯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다. 무심코 그중 하나를 집어 들면, 그제야 번쩍 정신이 들어 그간 지나친 사람들의 행간을 부지런히 읽어낼지도 모른다. 그러다 앞뒤가 다른 것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으로 표정을 조금 찌푸리며 바깥 숨의 수를 하나하나 헤아리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질서에 난 길 여럿을 보고도 못 본 체할 수 있으리라. 눈 부신 빛 앞에서 마땅히 눈을 감는 일이리라.
각성의 번복은 메마른 소리를 내며 예상과는 다른 내일을 가져왔고, 아직 한참이나 많이 남아있는 오늘을 그저 가깝게만 여길 수 없어 딴청을 피웠다. 나도 모르게 먼눈을 하고 있었을까. 책상 위에 펼쳐진 벌판은 마른침을 삼키며 중간중간 천천히 호흡했다. 앞선 땅울림에서 뜻하지 않게 덩치가 거대해진 짐승이 어떻게든 현 상황을 이해하려 애쓰는 듯한 몸짓을 보았다.

졸음을 쫓는 동안 서서히 얼음이 녹았다. 이러다 못 이기는 척 잠자리에 들까, 하고 생각했지만, 체념하듯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매캐한 연기는 몇 해를 수놓았고, 그 무늬에 돌연 훈김이 돌았다. 굴뚝으로만 이루어진 집에 수없이 들락날락하는 사람이 나에게 빚진 건 대답 없는 물음 정도의 물건이었다.
누워있을 때 사유의 체계는 체제가 불확실한 이상 국가 같아서 사뭇 끈적끈적하며 당황스러울 만치 뜨겁다(이 온도는 뿜어내는 기세와는 다르게 무척 느리다). 가물가물한 의식을 붙잡고 흰 벽을 노려보니 그곳에 창문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부적절한 문이 성큼 발을 뻗으며 돋았다. 그것은 몸을 일으키는 동안 상쾌한 기분의 도래를 절로 선사한다.
끝내 주워 담을 수 없을 것 같던 생활의 파편을 인상이 희미한 봉투에 넣고 입구를 단단히 봉했다. ‘피고 지는 들꽃의 낮음은 넋 잃은 비석일 터이니, 나의 기념은 어디서 가득 명(命)을 쥐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