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당신은 무한히 검은 세상에서 설렘만을 느낄 수 있는가?》

이미지_양승규
  • Date: 2024. 08. 20 – 08. 31
  • Place: 프로젝트 스페이스 아이디어 회관
  • Location: 서울시 중구 동호로 385 – 22
  • Hours: 12:00 – 18:00
  • Contact: 02-2265-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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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어도 해가 되지 않은 공간에서 뒤엉킨 해가 뜬다. 뜨고 지는 게 어떤 이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의미뿐인 현상은 아니지만, 편의상의 명목으로 뜬다고 규정한다. 해가 뜬 것이다.  별다른 생각이 없어 한층 격양된 감정을 저 너머 불구경하듯 바라본다. 의지할 대상을 손수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도 과거의 것이 되었다(필연적이면서 어딘가 성하지 않은 일이다). 단독과 어울리는 시간대로 밤이 거론되었다는 이야기, 온갖 구별을 야기한 내용을 천천히 떠올리며 그는 자신에 대한 소개가 늘었다고 생각했다.  
“온갖 구별을 야기한 내용을 천천히 떠올리는 나는 부동(浮動)무해한 곳에 있지요.”

바닥에 넘어지는 순간 심각성은 돌연 허공을 찢고 나타났으며, 이 예고 없는 등장에 그가 진지하지 못했던 지난날에 반성을 표하더라도 의견이 쩍 하고 갈라질 턱은 없다. 앞선 의견의 어떠함이 신경을 소모하게 할지는 모르지만, 그는 얼마 되지 않은 먼지를 털어냈다. 그의 무릎은 뜻밖의 상실로  삐그덕거리다 문득, 잦아들었다. 저도 모르게 침묵을 꿀꺽 삼킨 것처럼 뒤엉킨 해는 여전히 떠 있다. 한 점의 비행을 유지하는 건 무질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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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발치에 서너 점이 된 대상들을 무지에 포함해 생각을 펼친다. 그것을 개진하기까지 기진맥진하기도 했으나, 공평하게 내리쬐는 빛을 보며 영 와닿지 않던 자아를 입안에서 둥글게 굴렸다. 이 겨를은 모든 틈을 메웠고, 심심함의 심보는 어쩔 수 없이 고약해졌으며 엇갈린 의중 둘이 서로의 부재를 자못 억세게 들추었다. 손을 앞으로 뻗음으로써 어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망각하고 시시각각 주변을 살펴 안위의 온전함, 그 온당함을 절반쯤 증명한다. 나머지는 때에 따라 누리면 일상의 문맥은 흐트러지지 않은 자세로 연신 앞뒤를 게워 낼 것이다. 심정엔 허가받지 않은 착륙이 늘었다 . 

황량한 풍경은 대상의 수를 가리지 않는다. 사실 그것은 여러 곳에 비롯됨을 두고 있지만, 저마다 심하게 앓은 적이 있어,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시기로 서로가 포함될 보편을 구성할 수 있었다. 그는 거친 말투를 헤아렸다. 쓸쓸한 기분은 슬슬 자리에서 일어날 준비하고.
‘애초부터 보람이 결여된  일이었을까.’  
방향의 외길은 조금도 의롭다고 여기지 못할 외로움에서 돋아나는지도 모른다. 저만치에 바짝 긴장한 모서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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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지 못한 말은 자신의 거처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적당한 곳에 임시로 머물며 그렇게나마 삶을 확장하는(지속하는) 것이 감개무량한 일이라도 되는 듯 벅차오른 표정을 보였다. 주머니에서 힘차게 뽑은 온기가 오히려 바깥에 의해 동강 반으로 갈라질 때 날숨의 윤곽은 더욱 선명해진다. 그 위로 정착하지 못한 말이 한껏 상기된 채로 떨어졌다. 오랫동안 끄지 않고 방치한 전구에서 느껴지는 온도가 성큼 발밑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어디까지 갑니까?”  
“저기, 표지판이 조금 구부러진 데까지 갑니다.”  

밧줄을 흔히 타인에게 권하는 사회. 이때 중요한 건 밧줄의 모양새, 그리고 그것에서 비롯된 역할 따위의 사항이었다. 예의 사회에 대한 묘사가 더 이상 없는 걸 보니 기록자의 게으름이거나 이를 포함한 피치 못한 사정이 있었을 터. 습관을 속단한 이후 처음으로 맞은 아침은 여느 때와는 다른 인상이었다. 그가 그것에 매몰되지 않는 까닭은 나름 분주히 갖춘 인간상 때문일까. 목적지가 그에게 다가왔다. 어떤 까닭을 바라는 듯 어딘가 불편한 모습으로.  

“주변보다 더 자신을 살피며 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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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막에 걸친 저마다의 함성은 서슬 퍼런 외성을 기리며 – 혹은, 단순히 가리키며 – 자신을 내질렀다. 그중에서 새된 소리가 도처에 만연한 어둠 속 한 가닥 빛처럼 두드러졌다. 장막을 걷어 내더라도 그 날카로움은 여전히 지속될 것만 같아 그는 두꺼운 천에 체념 섞인 시선을 보냈다.
‘그 정도 예기라면 예사로운 날쯤은 어렵지 않게 베어낼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은 믿을 구석이라도 있다는 듯 무엇에도 개의치 않고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그는 한동안 생각의 여정과 함께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나직이 뱉은 혼잣말은 숨도 고르지 못한 상태로 뜀박질을 엮다가 그만 손이 부르텄는데, 애먼 살갖만 고생이었다.  

무력감을 가중하는 무지개가 양손에 각각 흰 것과 검은 것을 쥐고 깨어났다. 사적인 부분을 캐묻는 듯한 인상은 탁한 흰색에서 비롯된 것일까, 선명한 먹빛에서 돋아난 것일까. 예의 무지개의 이부자리엔 생명이라고 부를 것이 없어 그  자리에 선 무기력은 꽃이 되었다. 그것은 향기 대신 긴 팔을  뻗어 과도하게 상징적인 공중을 휘젓고, 손가락 마디마디에  얻어걸린 의미 조각을 제 머리 위로 던져 천장으로 삼았다. 후드득 부조리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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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gue Yang
seunggue Yang

새로운 아침을 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