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도상(途上)의 추상(抽象)-세속의 길에서 추상하다》

《도상(途上)의 추상(抽象)-세속의 길에서 추상하다》2025.06.19 – 09.14, 서울대학교미술관, 이미지_양승규
  • Date: 2025.06.19 – 09.14
  • Place:  서울대학교미술관
  • Location: 서울시 관악구 관악로 1 서울대학교미술관
  • Hours: 화 – 일 10:00 – 18:00
  • Contact:https://instagram.com/snu.m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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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정확하게 시간을 새겼다. 이에 대한 감시는 없었지만, 속을 알 수 없는 관찰자는 의도 없이 시계를 바라보았다. 만약 예의 관찰자 둘이 서로를 마주한 채 속을 터놓는다면, 무엇이든 벌어질 테고, 그 영향으로 환경 – 대기가 대부분을 차지한 상황 – 은 반으로 접혀 최초의 토로를 응집할 터였다. 사사로움은 환상을 역설(力說)한다.

벽면이 무너진 건물은 독특한 인상을 불러일으켰지만, 그것이 언어가 되어 발화되는 일은 없었다. 말은 대개 종잡을 수 없거나, 우스운 처지를 관망했다. 생활에 모자란 밑천은 집중을 흩트려 마련했으며 대상을 막론하고 형성된 관계란 하나같이 엷은 목적을 띠었다. 음료를 담아 둔 컵, 부스러기로 덮인 접시, 끝이 무딘 주전자. 이 모두를 포용한 식탁은 잔재주 부리지 않고 가만히 얼었다. 이날까지 비교적 서리는 없었다. 하루기 너저분해지는 걸 보니, 어느새 볕이 이울었나 보다. 가만빛의 수은등 속속들이 빛을 낼 때 가물가물한 기억에 급히 여울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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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기나긴 행렬을 하나의 개체로 파악하고, 그것에 깃든 생명을 감각한다. 이는 하나의 수단이자, 새된 소리다. 머리와 꼬리의 구분 없이 빙그르 회전하는 사회가 창출한 본보기는 누구의 요깃거리가 되려나. 종이를 구기며 뱉어낸 말이 하늘의 주름을 묘사한다.

떨떠름한 표정은 본디 진창에서 비롯된 것. 앞다퉈 다물 사유의 입은 구덩이 삼켜 제 깊이를 깁고, 해진 곳을 무던히 상기한다. 기억은 텅 빈 역사(役事)에 조용히 울리는 속셈이나, 부수적 그리움과 같다. 시들한 생각과 꺼림칙한 의도로 눈언저리를 두드리며 입가에 헤실헤실한 웅덩이를 가져다 댔다.

차츰 눈에 익은 외형이 낮게 자세를 취한 채 이리로 다가오거나, 저리로 멀어지지 않고 그대로 멈춰서 저 홀로 모서리를 실감할 때 사물의 겉은 가장 반짝거렸다지. 그 빛에 마음을 놓아 가장자리에 서도 전혀 불안하지 않은 상태를 서서히 퇴고하였다. 그동안에 손등에 무언가 부딪친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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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인 물결이 벽에 부딪히던 때 그는 공교롭게도 그것에 귀를 붙이고 있었다. 기울임보다는 밀착을 몸소 실천하던 중이었기에 충격은 고스란히 그의 귀에 전해졌다. 수많은 소리가 들렸고, 셀 수 없는 가짓수에 그는 진저리 쳤다. 몸의 떨림은 추위가 일으킨 그것과는 판이했다. 누군가는 편 가르기에 열심이었다.

맥없이 흘러가는 주변부의 나날들. 끝내 그는 무엇도 기억해 내지 못했다. 내실을 다지지 못한 성격은 숱한 바람 따위 아랑곳하지 않았지만, 드문 폭우에 여지없이 무너지곤 했다. 세차게 비가 오는 날이면 그의 중심은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곳곳을 헤맸다. 때론 정처의 부재가 지나온 곳마다 자국을 칠하기 위함이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나마 목적의 목전까지 다가가려 했던 그는 빈 곳을 사뭇 환하게 보며 장식 없는 다음을 꾸몄다.
언제 그랬냐는 듯 저만치까지 온통 뭍이다. 물음이 잃은 음은 어느 그믐에 걸터앉아 불분명하게 반짝이는 표현을 음영하는가.

seunggue Yang
seunggue Yang

새로운 아침을 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