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ate: 2024.06.13 – 08.25
- Place: 서울대학교 미술관
- Location: 서울특별시 관악구 관악로 1 151동
- Hours: 10:00 – 18:00 / 월요일 휴관
- Contact: 02 – 880 – 9504

이미지_양승규
변변치 않은 웃음은 냉소에서 한시적으로 벗어났고, 자조로부터 무한한 긍정을 빼앗았다. 그것에 자기는 물론이고 비웃음 또한 없었다. 철저히 소유주의 부재를 나타낸 것. 예의 긍정은 존재의 역행에 동의한다.
제 혀끝을 탓할 정도의 어감이 두꺼운 손바닥으로 침묵을 걷어 냈다. 수풀이 무성한 냇가에 새파란 하늘이 수상한 판단을 기울이자, 장마의 일부는 부리나케 쏟아졌으며, 당시의 소리는 사람이 내지른 일종의 기합 같았다고 한다.
누군가의 음성으로 보편을 구성한 것이 기이한 일로 비춰지지 않기를 바란다. 고요에 새겨진, 까닭을 알 수 없는 얼룩이 언젠가 손바닥 자국이라고 밝혀지더라도, 그것의 두께는 영원히 비밀에 부쳐질 터다. 빽빽한 시야에서 탄성이 돋아날 때 여러 해를 넘긴 시상이 언어를 뒤집어쓴다. 여실히 솎아낼 감정이 나에게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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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는 것의 값을 치르는 중이었다. 그 과정은 지독하게 외로웠으며 발 디딜 틈뿐인 영원.
막연한 앞날이 변덕스럽게 둘로 갈라졌다. 기억으로 쌓인 과거가 사람들로 가득 찬 통근버스를 연상하게 했다. 조금 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가슴이 옥죄이는 통에 감추지 못한 핏발, 신체를 떠나 가득히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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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뿜는 발바닥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나의 밑바닥은 무엇보다 수려할 테지.’ 싱거운 농담에도 들지 못한 생각을 휘둘렀다. 휘황찬란한 기분이 허탈한 몸짓의 매무새를 다듬는다. 위로의 측면보다는 단순히 습관적인 일이었다.
머릿속으로 수없이 익사를 되뇐다. 이는 완전한 나의 의사인가, 아니면 결국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예언인가. 그 둘의 충돌이 일어난다면 가히 커다란 구경거리가 될 것이다.
바다 그 깊은 곳으로 내려앉는다. 그 과정 중에 하늘하늘한 날개를 떨구었고, 미처 마무리 짓지 못한 시선에 가혹한 결정을 들이밀었다. 시간차를 두고 발생한 일에 자꾸만 차이를 걷어낸다. 다소 여린 내 손은 자욱한 안개. 남들과 다를 바 없이 나는 의식하지 않고 숨을 쉬며 눈 감는다. 시간이 갈수록 어기대는 심보가 어쩐지 비스듬히 돌아누운 오전.
발바닥의 불길은 여전히 거세다. 세상 어딘가엔 타지 않는 들판이 존재해 그곳에서 걸음으로 찍은 불도장 여럿을 마주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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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고려하지 않는 기침으로 조금 이르게 맞는 아침.
가슴팍에 소중한 것이라도 있다는 듯 몸을 웅크려 무릎을 눈앞에 두었다. 이윽고 바깥에 던져질 자신이 너무도 그리워, 그는 또 다른 내면을 해쳤다. 유쾌한 일이라고 생각할 여지 따윈 전혀 없지만, 그보다 더한 꼴을 이미 당한 탓에 웃음을 자아냈다. 정상이라 치부된 삶에 더 이상의 변명은 없고 격세감에서 비롯된 격언만 외따로이 황량한 속을 주름잡는다.
하늘에 떠 있기 민망한 지 달은 얼핏 보면 몸져누울 정도로 방 한 귀퉁이에 움텄다. 이지러진 모양이 고스란히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다. 그는 왠지 모르게 밋밋한 기분이 들었다. 갈등을 찾아볼 수 없는 하루의 밑바닥엔 과연 어떤 것이 침전되어 있을까. 씻지 않은 눈이라도 그것을 바라본다면 예의 기분을 좀 더 살갑게 여길지도 모른다.
기나긴 과정이 이름을 뱉었다. 그렇게 시기는 수거되었으며 말로써 드러내지 못한 온갖 상황과 빛바랜 감상이 한데 섞여 표정으로, 그 딱딱한 얼굴의 표면으로 여실히 드러났다. 온데간데 없는 건 비단 천진함뿐만은 아닐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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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마다 두 눈 중 하나를 감고, 부쩍 짧게 느껴진 밤잠을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양 회고하는 것. 이는 어떤 가치를 향한 지나친 희구일까, 염려하는 것도 걱정 대신 한껏 부르틀 작정일 테지.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활자를 눈으로 좇으며 언어의 보편성에 관한 단상을 무리 없이 쏟아내는 일에 날짜 감각 따윈 필요하지 않았다. 제법 여럿 모은 졸음은 엷은 색채의 파편이었고, 이와 어울릴 희박한 인상이 평소보다 크게 입을 벌렸다. 새로운 세계로 이어진 통로가 부지런히 지붕 노릇을 한다.
사물의 면면이 어렵사리 기억나기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게 그것의 일부를 쥐고 있었다고 고백한 이의 결백이 갈수록 희었다. 타오르듯 제빛을 발하는 석양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체념. 영원을 구성하는 과반수의 관념이 가만히 얼굴을 붉힐 때, 숙명을 내지른 꽃병에 담긴 물은 넘치지 않는다.
주변에 둥근 것의 종류가 늘어났다고 해도 전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누리며 그저 눈을 감고 있을 것이다. 뒤틀린 심사라는 게 유독 가볍게 여겨지는 중이다. 현재 위로 여러 봉우리가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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