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ate: 2024. 08. 17 – 11. 03
- Place: 아트선재센터
- Location: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87
- Hours: 화–일 오후12시–7시(월 휴관)
- Ticket: 10,000 원(25세–64세) / 7,000원(19세–24세, 65세 이상, 예술인패스 소지자) / 5,000원(9세–18세) / 무료: 그 외 연령 및 장애인, ICOM‧CIMAM‧서울시미술관협의회 카드 소지자
서도호는 끊임없이 상상하고, 그 상상 속에서 집을 짓는다. 이번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전시 <스페큘레이션스>는 그의 상상력이 어떻게 집을 짓고, 그 집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준다. 스페큘레이션, 즉 ‘사변적 사유’를 무기로 삼아 현실과 상상,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서도호의 작업 세계를 탐험할 기회다.

20년간 이어진 질문: 완벽한 집은 어디에 있을까?
서도호는 집을 단순히 머무는 장소가 아닌, 시간과 기억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본다. 그의 작업에서 집은 언제나 이동 가능하며, 고정된 개념이 아니다. 뉴욕과 서울, 그리고 최근에는 런던까지—그는 자신이 살았던 곳들을 이어 완벽한 집을 상상한다. 이번 전시의 중심이 되는 ‘다리 프로젝트’는 그 상상의 결실이다. 바다 위, 도시와 도시를 잇는 다리 위에 그의 ‘완벽한 집’이 자리 잡고 있다.

이주, 이동 그리고 상상의 건축
전시를 통해 서도호는 물리적 현실의 제약을 벗어나 상상 속의 세계를 구현한다. 런던과 서울, 뉴욕을 연결하는 가상 다리 위의 집, 폐허가 된 건물 속에서 파도를 타는 가구들,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한옥 트럭까지—그의 작업은 이주와 이동, 그리고 새로운 공간에서의 삶을 탐구한다. ‘한옥을 런던의 육교에 설치한다면?’ ‘태평양 위에 집을 지을 수 있을까?’ 그는 이런 질문들을 던지며 우리의 고정관념을 흔든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서도호의 대표작인 <공인들>의 키네틱 버전이다. 1988년에 처음 구상한 이 작품은 하나의 영웅 대신 다수의 인물이 동상을 움직이는 장면을 담고 있다. 여기에서 그는 기념비의 고정된 의미를 깨고, 동적인 새로운 기념비의 개념을 제시한다. 이 외에도 ‘연결하는 집, 런던’과 같은 작품들을 통해 서도호는 장소와 기억, 그리고 움직임의 상관관계를 새롭게 해석한다.

이번 전시는 완성된 작품뿐만 아니라, 서도호의 사유 과정 자체를 엿볼 수 있는 드로잉, 모형, 시뮬레이션 영상 등이 함께 전시된다. 그가 집을 구상하고, 그 과정에서 마주한 현실의 벽을 어떻게 넘었는지, 또 어떤 상상으로 그 벽을 허물었는지를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도호의 작업을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는 그의 세계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직접 경험하고, 그의 상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의 작업은 현실을 기반으로 하되, 현실을 뛰어넘는 상상의 힘을 보여준다. 아트선재센터에서 서도호의 ‘완벽한 집’을 찾아 떠나보자. 그 집은 어쩌면, 당신의 상상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