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간 2024. 11. 08 – 2024. 12. 07
- 장소 projectify
-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2마길 12 2F
- 시간 월~토 12:00 – 18:00 (일 휴관)
- 문의 070-7847-1218
형상은 언제나 복잡한 질문을 품는다. 겉으로 드러난 외형이 전부일까, 아니면 그 속에 감춰진 이야기가 더 중요한 걸까? 프로젝티파이의 2인전 《속의 겉, 밖의 안》은 이 근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한다. 윤혜진과 이시원, 두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형상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공간을 탐색한다. 그들이 만들어낸 조형적 풍경은 관람객에게 한 가지 진실만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경계에서 흔들리는 불확실성과 그곳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드러낸다.


윤혜진: 죽음의 공허에서 피어난 기억의 단서들
윤혜진의 작업은 죽음이라는 막연한 끝에서 시작한다. 그녀는 죽음이 남긴 흔적과 기억을 소재 삼아, 사라진 것들의 이야기를 끌어올린다. 이 과정에서 그녀의 캔버스는 구체적인 장면에서 추상적 풍경으로 점차 변모한다. 색의 층위가 쌓이며 빚어내는 깊이는 공간감을 만들어내지만, 그 안에는 평면적 모호함이 공존한다. 관객은 특정한 대상을 마주하기보다는, 흔적과 윤곽 속에서 부재와 존재의 미묘한 경계를 경험한다.
예를 들어, 그녀의 작업에서 “올리브유 병은 절벽처럼 꺾이고, 척추는 곡선으로 휘며, 병자의 조끼는 호수의 흔적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단순히 형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기억을 시각적 단서로 재구성하며 새로운 서사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그녀의 풍경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감각적 여정을 제안하며, 죽음과 생명이 얽혀 만들어내는 복합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시원: 나무 속에 감춰진 이야기, 조각으로 드러나다
이시원은 온전한 하나의 나무 덩어리에서 시작한다. 전기톱을 사용해 나무를 깎아내며, 그 안에 숨어있던 결점과 흔적들을 드러낸다. 옹이, 썩은 부분, 나뭇결 같은 내부의 흔적들은 그의 손을 거치며 외형의 일부로 통합된다. 그의 작업은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지향하지 않는다. 대신, 결점으로 채워진 이야기를 통해 완벽함이 아닌 온전함의 의미를 탐구한다.
그의 조각은 단단하면서도 부드럽다. 완성된 형태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여전히 변화와 가능성을 품고 있는 듯하다. 나무가 지닌 고유한 성질을 해치지 않고, 그것을 새로운 이야기의 일부로 재해석하며 조각 자체를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유기적 존재로 만든다. 이시원의 작업은 겉과 속, 외부와 내부가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는 조화 속에서 형상이 가진 본질적 이야기를 탐구한다.

경계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가능성
이번 전시는 조형적 실험을 넘어, 형상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관람객과 대화한다. 윤혜진의 회화는 사라짐과 기억의 관계를, 이시원의 조각은 물질의 안팎을 탐구하며, 결국 형상이 단일한 의미로 고정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 두 작가는 “무엇처럼 보이지만, 명확히 정의되지 않는” 그 경계의 공간에서 작업한다. 형상은 그 자체로 하나의 과정이며, 끊임없이 변형되고 재구성되는 존재다. 겉과 속은 독립된 영역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우리 존재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통로가 된다.
전시는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눈앞에서 보는 형상이 단순한 외형일까? 혹은 그 안에 숨어있는 이야기까지 포함해야 진정으로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까? 윤혜진과 이시원의 작품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보다, 질문 자체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관객은 작품을 바라보며 자신의 기억과 경험,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자료 제공 프로젝티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