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갤러리 청담에서 만나는 스털링 루비 개인전

신세계갤러리 청담에서 글로벌 아티스트 스털링 루비(Sterling Ruby)의 개인전 ‘The Flower Cutter Rests on Dust Covered Steps 먼지 덮인 계단 위 쉬고 있는 정원사’ 를 선보인다. 미공개 신작 40여 점이 국내 관객 앞에 첫선을 보이는 이번 전시는 루비의 지난 20여 년간의 여정을 압축한 예술적 탐구의 보고다. 도자기, 알루미늄 조각, 콜라주, 드로잉, 회화 등 다양한 매체에 걸친 작품들은 물질, 예술 창작, 그리고 역사를 마주하는 그의 독창적 시각을 담아내고 있다.

물질과의 대화, 정원사의 손길로 시작된 여정

전시의 첫 공간에는 루비의 장대한 도자기 작업인 ‘Basin Theology/Dracula Boat’가 자리 잡고 있다. 무덤을 연상케 하는 형태는 생명과 죽음의 경계선, 현세와 저세상 사이를 오가며 독특한 전이감을 자아낸다. 분화구 같은 구조물 속 깨진 파편들은 유적 발굴 현장을 연상시키며, 금속성 유약이 덧입혀진 표면은 고대적이면서도 미래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풍긴다. 이 작품을 포함한 루비의 ‘MORTAR’ 시리즈는 현대적인 모든 시도와 제스처를 부수고 갈아내는 ‘절구’ 같은 역할을 하는 예술의 모습을 제안한다.

야생적이고 관능적인 꽃, 그리고 매혹적 잉크의 흐름

이어지는 세라믹 작업 ‘FLOWERS’는 본능과 관능의 힘을 오롯이 담고 있다. 척추뼈 같은 줄기에 꽃잎이 연결된 이 작품들은 루치오 폰타나의 십자가와 유사한 형태로, 표면의 구멍들은 폰타나의 강렬한 제스처를 떠올리게 한다. 콜라주 작품 ‘DRFTRS’에서는 말린 꽃, 산불, 지질 형성물이 위태롭게 떠다니며 혼란스러운 세계를 그려낸다. 특히 붉은 덩굴과 꽃의 섬뜩한 색감은 불길하면서도 매혹적이다. 1960년대 반전 시위의 한 장면에서 영감을 받은 ‘FP(Flower Power)’ 시리즈는 꽃의 형태를 무기처럼 조각해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폭발하는 회화와 몰입적 드로잉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루비의 ‘TURBINE’ 시리즈다. 이 작업은 얼룩진 직사각형 골판지와 두꺼운 오일 스틱이 캔버스를 채우며, 세상이 갈라지고 충돌하는 듯한 강렬한 이미지를 담아낸다. 윌리엄 터너의 해변 풍경이 추상으로 사라지듯이, 루비의 작품에서도 노란색, 빨간색, 검은색이 소용돌이치며 현재의 정치적, 환경적 혼란을 상기시킨다. 이는 잊혀질 뻔한 과거, 또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스털링 루비

스털링 루비는 미국과 네덜란드 국적을 가진 현대미술 작가로, 뉴욕 현대미술관(MoMA), 런던 테이트 모던 등 세계 유수 미술관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다양한 전시에서 시대와 문명, 자연의 순환을 고찰하며 국제적 명성을 쌓아온 루비. 이번 전시는 그의 예술 세계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자료 제공 신세계갤러리 청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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