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Rood》

CASESEOUL_《Rood》
이미지_양승규
  • Date: 2025. 02. 07 – 03. 06
  • Place: case seoul
  • Location: 서울 성북구 장위로 83-4
  • Hours: 수 – 일 / 13:00 – 19:00
  • Contact@case_seoul

경제엽, 기괴가옥(1F), oil on canvas, 140 x 167cm,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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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설명이 끝없이 이어지는 꿈은 현실에 매개를 두었다. 그것이 바로 나인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간밤에 바닥으로 떨어졌는지, 활개는 높이를 잃은 채 허공을 메우고 있었다. 그동안 선반 위에 있었다는 사실이 힘껏 몸부림치며 한때의 수고를 빚낸다. 선반의 일부는 당연하다시피 비었다.
사지의 절반이 묵긴 했지만, 더럽지는 않아 손 씻을 필요까진 없지. 이 생각이 불러일으킨 건 무의미한, 문의 여닫음 정도. 반복엔 끝이 있고, 우연은 사물의 기틀에 상접해 있다.
그는 수집을 위한 집기로 가득 찬 내부가 생명체의 장기 같다며 혼자 웃던 때를 기억했다. 당시의 정경은 별수 없다는 듯 희미하다. 혹은 선명해지길 체념한 듯. 이윽고 지금으로 초점을 옮겨 두고 가로로 이동한다(보기에 따라 세로가 될 수도 있다). 움직임을 일삼지만, 이에 보수는 없으니 기껏 달아나 봐야 독특한 취미 언저리다. 두 덩어리 환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집안으로 볕이 들 때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마, 내일도.

한동안 제 역할에 무심했던 자물쇠. 이제는 더 이상 파랗지 않은 작은 새. 더운 김을 토해내던 물은 금세 식었다. 양동이 안에 머문 것이 성미에 맞지 않은 듯. 문턱이 높아 봤자 얼마나 높을까. 과도한 생각은 때론 웃음을 자아냈다. 순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 시야의 한 꺼풀이 벗겨지는 듯하다. 한 곳에 가만히 있어도 온종일 분주하며 달음질로 쏘다닌 거리가 엄지손가락 길이로 축약된다. 나름 곧게 선 거리가 괜스레 아득하다.

경제엽, 댄싱머신, oil on canvas, 73 x 60cm, 2023
이미지_양승규
경제엽, 옥좌 / 실내.외기 / 수로, oil on canvas, 73 x 91cm,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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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슬 퍼런 말에서 시작된 감각에 뒤처지거나, 외면뿐이거나, 아니면 듣고도 애써 못 들은 척하거나. 각진 일상에 선도 악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를 던짐으로써 멍든 자아에 붉음을 주었다. 근원을 작게 깨물고 평한 일상은 고민 없이 세상에 덤벼든다. 시계 없이도 지금이 몇 시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의 재주는 뒤로 감아도 어쩔 수 없는 혼란일지도 모른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액체가 있었다. 그것에 수식 없는 자아를 투영하는 건 비겁하다기보다는 비롯됨이 없는 행위 같아 그만두었다. 영 시원치 않은 마음이다.

군상의 소용돌이란 유행이 미급하게 번지기도 했지만, 한때의 얼룩으로 기록된 채 험한 사유가 되었다. 어째 면목 없는 기분이 무리하여 행진하는 듯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어쩌다 내친 너였다. 문득 이를 수중에 두고 있지도 않은 아가미를 찾았다. 뱉는 말의 절반은 어폐요, 나머지는 외톨이니, 고립의 구획은 시작도 전 의미 없는 것. 한 평의 삶에 두 명이 끼어들었다. 그들은 한없이 웃기도 했다.

경제엽, 옥좌, oil on canvas, 73 x 91cm,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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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란에 갇힌 꼴이 문을 두드렸다. 발음이 부정확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비밀을 말하는 듯한 소리였다. 당최 알 수 없는 건 앞으로의 향방과 바로 그 소리라고 생각했다.
물속에서 행해진 고백은 잠수자를 흔들어 놓았고, 깊이는 부족을 시인했다. 습관처럼 땅을 짚었다.
반쯤 녹은 시도가 수도를 막았는지,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 머지않아 꽉 막힐 것. 이를 앉지도 서지도 않은 상태에서 맞닥뜨리려나. 하루는 좁다.

경제엽, 시내.외기, oil on canvas, 73 x 91cm,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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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이든 오후든 특정 시간을 정해 그때만큼은 분주하지 않기로 했다. 멍한 주변과 얼마간 맞닿아 있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무더운 기분도 싱겁게 식어갈 터다.
별 볼 일 없는 일에 흥미를 잃고, 몹시 당황스럽다는 투로 자리 옮긴 관심이 발치에서 꿈틀거린다. 그것에 심하게 덴 적이 있었을까. 손가락 관절 꺾는 소리가 무수한 뒤편의 시작을 알렸다.
균일하지 않은 바닥이 왼팔을 묶어 놓았으며 움푹 들어가거나 그만큼 위로 솟은 부분마다 팽팽한 빨랫줄을 은유하였다. 그곳에 걸어둘 건 바싹 마른 천장뿐이다.

경제엽, 수로, oil on canvas, 73 x 91cm,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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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으로 다한 팔의 역할이 일방으로 치우쳐 오래된 사물에 본보기를 보였다. 들쑥날쑥한 생활상은 수풀의 일부로서 기능한다. 그렇게도 무성한 수풀이 존재함과 동시에 버젓이 시들어간다.

경제엽, 기괴가옥(주차가능), Acrylic on canvas, 140 x 200cm,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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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잘 해내고 있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냐고, 간밤에 곤히 자던 나를 떠올리며 말했다. 지레 겁먹는 게 다반사였지만, 돌이켜보면 어찌어찌 때론 능숙하게 일을 다루었다. 손때 묻은 그것이 오늘따라 유독 퉁명스러워 보인다.
해가 지는 아침과 동트는 저녁을 한 소쿠리에 담아두고 동시에 그 둘을 보았다. 한결 가벼워진 손등은 무엇도 훔치지 못하고 부산스럽게 떨었다. 신선한 골목에 마른 눈가를 던진다. 생생한 입가도 던진다. 그러고 난 뒤에야 오늘에 포함된 것을 실감한다. 지금 나는 여기에 있다.
저 구석에 자리 잡은 색채는 지난달부터 언 발을 녹였다. 한 글자 계절의 위용을 느낄 정도로 대단하진 않지만, 그것은 두터운 외투 정도는 되었다. 새벽의 자리에 걸핏하면 꼽사리 낀 미등이 소원하는 바는 문의 열림이었고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알람이었다. 아무 일정이 없는데 몹시 늦은 느낌이다. 도저히 이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다.

깨어있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이 균형을 이룬 적도 있었다. 잠은 그렇게 하루의 절반으로 존재했으며 그는 이를 평평하다고 여겼다. 각성은 굳이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각자가 길이 있듯. 뒤돌아보는 게 침범을 야기하는지도.
균형 잃은 지금이 비탈진 건 아니지만, 그렇지 않다고 확신할 수도 없어(혹은 그러기에 지쳐) 그는 끝없이 몽롱한 상태로 있었다. 밖은 낮도 밤도 아닌 무엇이었다. 우중충한 날씨를 걷어내자 본 적 없는 하늘이 펼쳐졌다. 이것으로 잿빛 상상은 기어코 환상이 되리라.

경제엽, 전망, oil on canvas, 73 x 91cm,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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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를 접었다. 누군가의 전망을 반으로 접은 듯하다. 이름 모를 사람에게 희망적인 매무새를 건네고 싶다는 생각. 희미한 빛이 유독 눈에 띄도록 문득 떠오를 준비하던 입장을 영영 잃어버리는 것. 손끝에 닿지 않으면 사물의 경계는 곧 죽어도 비약이다.

발로 걷어찬 이불이 별자리의 상징을 가져다 썼다. 사용의 출처를 분명 알고 있음에도 이부자리에 불확실함은 너저분하게 퍼졌다. 몇 날 며칠 묵은 사유가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희미한 주변과 희박한 의식은 상호 교류하는 것이 있다.
한 치 앞을 분간하지 못한 시간에 다홍이 돋아나니, 그저 불 켠 듯하다.

경제엽, 정전, oil on canvas, 73 x 91cm, 2023
이미지_양승규
seunggue Yang
seunggue Yang

새로운 아침을 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