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사생기행》 2025 오온 시리즈 박경진, 진희란, 최형준

2025 오온 시리즈 박경진, 진희란, 최형준 , 오온, 2025.10.29 – 11.16, 이미지_양승규
  • Date: 2025.10.29 – 11.16
  • Place:  오온
  • Location: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 11길 25, B1
  • Hours: 수 – 일 12:00 – 20:00
  • Contact:https://instagram.com/ooooon.kr

박경진, 풍화된 마음, 푸른 아지랑이, 장지에 먹과 아크릴, 117 x 91.4cm, 2025 이미지_양승규

어디까지 왔을까. 무수한 생각의 정확한 수렴을 바란다. 극적인 장면이 흔한 것이 되어도, 그것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기를 염원하는 시각은 일종의 시작이자 자연의 곁가지였다.
풀에 젖은 새벽이슬. 나는 이 따위 말을 읊조리며 궁핍한 상황의 곤궁을 취한다. 괜히 벅차오른 숨에서 뜻하지 않던 세상의 균형을 본다. 그것을 본다. 그 순간 내 입장은 다소 뒤틀렸는지도 모른다.
덧없는 순간을 일생의 숙념인 양 다루고 이유도 모른 채 다그친 온갖 것들에 말없이 그림자가 드리우길 바라는 것. 이에 심드렁할 필요는 없다. 헛헛한 마음은 본디 고립에서 오며 이를 알면서도 모르는 수많은 개체를 보며.
채워지지 않은 곳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본다.

누군가의 부적절한 낯을 봤다. 이미 여러 번 와본 길을 처음인 양 걸었다.
“주위의 풍경 좀 봐. 그것은 살아있는 대상을 문서로 갈음하여 펼쳐 놓은 것 같아.” 누군가 말했다.
나를 사로잡은 초록과 흔적도 없던 구덩이. 비교적 평탄한 그제와 어제.
머지않아 이곳을 찾아올 졸음에 긴 밤을 덧붙인다. 날것들은 깊게 호흡한다.

진희란. 비봉동선, 장지에 수묵담채, 125 x 55cm, 2025 / 독암망경, 장지에 수묵담채, 54 x 74cm, 2025 이미지_양승규

사선을 양껏 담아둔 배낭엔 무질서가 낭자하다.
한계적 상황의 일면은 재주껏 일각을 모으는 무리를 상기시킨다.
도무지 아낄 수 없던 외길. 길의 겉은 자신과 걸맞은 색을 갖추려고 얼마간 무방비한 삶을 살기도 하였다. 사물의 위상이 기운다. 저만치에 대안 없이 나타난 막대는 상상으로나마 가짓수를 펼치고, 그만큼의 위기를 선정하듯 선점한다. 혹은 그 반대로 선점하듯 선정한다.
부지기수로 늘어가는 먹고 사는 일에 비춰 오르막을 돌아보는 일도, 그 이후에 사소한 습관이라는 것도 모두 창문을 여닫는 일에 삼켜진다.
조약돌, 그 옹골찬 것이 더듬더듬 내었던 소리가 이제 막 속에 스며든 참이었다.

글자는 꼭 잠들어 있는 티를 내었고,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이를 반드시 제 곁에 두었다.
고독은 뒤편에 선각은 앞뜰에. 비루한 느낌이 느리게 곪아간다.
어찌 될지 모르는 사람 일이라는 게 거대한 지붕을 원하다, 결국 소반을 깼다. 손뼉에 부딪힌 봄은 불과 사흘도 되지 않은 것이었을 터다.

최형준, 독바위 공원 사생, 임모, 지본수묵, 174 x 114cm, 2023 이미지_양승규

축제의 여운이 남아 있는 오전에 새로운 것을 열자는 마음은 벽에 등을 기댄 채 편한 자세를 빚는다. 그러면서 편하지 않던 때를 특유의 안위로 받들고서 정겨운 친절이라거나 모두가 꿈꿔 온 순간의 도래를 우물거린다.
향기만으로 충분한 식사를 의도 없이 치르고, 다음 끼니 생각을 하였다. 왼편에 놓인 종이 낱장이 소스라치게 흰 벽을 부수었다. 그 소리에 놀란 수풀은 바람 부는 방향 반대로 누우며 물건 값을 흥정하고 만족하진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입장을 주위에 공공연하게 퍼트렸다. 그림자가 무너지는 듯하였다.
담뿍 볕을 받는 것만으로도 불타는 구름의 윤곽. 오직 도형의 테두리 위를 걸으며 도달한 사각.
저 멀리서 흐린 날을 보았다.

풍경을 외웠다. 도전적인 광경은 곳곳에 도사리며 몸을 숨기고 있었다. 주위를 외우다 보니 주변은 별일 아닌 것이 되었고, 이 무의미가 때론 무참한 기분을 양산하기도 했으나, 돌이킬 것도 없이 풍경은 처음으로 버젓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에 시도를 빚졌다.
마른 땅으로 와 이것 보라는 듯이 녹슬어가는 번짐. 뒷짐 지고 공중에 수를 놓는 아침.

seunggue Yang
seunggue Yang

새로운 아침을 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