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ate: 2025.09.25 – 11.30
- Place: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 Location: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72
- Hours: 11:00 – 18:30
- Contact:https://instagram.com/whiteblock_official

동쪽으로 무참히 뻗어나간 선들은 명확한 앞뒤의 구별을 가졌다. 이는 쉽사리 시구를 넘나들기도, 고도와 상관없는 삶을 살기도 하였다.
사락사락 마당에 비질하는 소리 한 점으로 수렴하며 그것이 봉우리가 되어 결국 장소를 면하지 못하더라도 우스운 대목은 여전히 우스운 것이다. 방법을 묻기 전 필요에 걸린 요소가 겨울철 범람한 강가로서 항목을 서류로 철한다.
등에 업을 만한 바깥으로 주저 없이 뛰어가 뒤로 물러나는 풍경과 포괄적인 오후를 여건으로 칭하며, 곧 그것이 되지 않음을 천천히 드러내었다.
가지가 성한 나무는 이 산의 절반 정도. 먼젓번 행방은 잣대를 끌며 길을 지났다. 잠정적인 등장이 꾸민 실타래는 사물을 연역하며.
방치된 사물은 외자로 운다. 소리보다 구체적인 울음이 장소를 규정한다.
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것은 여전히 멀다. 머묾과 널찍한 어제 사이엔 굉음이 사무쳐있는지도 모른다.
팔 벌린 대안은 이국의 말로 적혀 필연적으로 그곳의 풍경을 게워 낸다. 이에 대한 의식은 홀로 남은, 아니면 그리하려고 애쓰는 이의 등을 순전한 동작으로 변환해 시야를 훼방하고 있다.
먼발치에 부러 살림살이를 쌓아두고 종일 생각하지만, 가끔 그곳에 들려 발을 구른다. 실속 없는 행위에 맺힌 행함은 기저에 언 발을 숨기고 있다.
눈앞에 두고도, 손에 쥐고도 모르는 충족의 묘미가 꼬리를 길게 늘어뜨려 어떤 부유(浮游)를 짐작하고자 할 때 저물듯 사라지는 젊음.
걸음의 귀함은 어디서도 옅어지지 않고.
여러 번 왼 아침들 앞에서 정작 풀이 죽어버린 이. 도로 잦아든 건 숨이렷다.
누가 또 변죽을 울리나.
이웃한 바위틈은 여울진다.

얼마 동안 앉아 있는다는 게 시절이라고 하기에 모자람 없는 시간이 되었다. 의자는 의도치 않게 늘어난 한 쌍의 다리를 거추장스러워하며 엉거주춤 자세를 사유한다. 사물의 연장은 사사건건 시비를 가르고. 텅 빈 주변이 옳거나 그르다.
당연하다시피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흔적 또한 그러려나, 하고 불분명의 농담(濃淡)을 추린다.
한 달에 두어 번쯤 자격이라는 곤란함에 빠져 답답해하였다. 할 일을 마친 후 남은 시간의 무게를 재었다. 죄다 하나부터 열일까.
야트막한 고갯길에 수런거리는 양상이 한 짐 짊어지고 서까래의 지지부진함을 탓하며 나를 포함한 무엇으로부터 벗어나는 중이었다.
굳은 다짐에 처마는 그저 볕이나 비를 막을 뿐이었고.

문지방을 잘라 아흐레의 곁에 두었다. 어둠 속에서 유독 수기만이 빛을 내었다.
누군가의 기지에 젖은 가름끈. 곧 돌아오마, 하고 말하던 사람의 꽁무니를 쫓는다.
뒤엉킨 감각에 구멍을 낸 솟대가 장맛비 삼키며 울걱거릴 때 사나운 바람은 지면을 훑으며 지난다.
팔자에 없던 모서리에 값진 보화가 우글거린다고.

의심하는 세계의 중천엔 무엇이 떠 있을까. 제자리로 돌아가는 사물들, 서럽지 못한 언사들.
나는 남들 다 돌아간 이곳에 남아 회복을 구워 삶을 테다. 몸에 유난히 힘이 없어 흐르듯 걸을 수밖에, 그렇게 나는 역행을 거부하는 처지를 이해하며 산다.
여러 차례 말을 섞어도 꼭 그 이전과 같은 상황에 동일함이나 서정성, 혹은 때 묻은 정적을 결부시키며 직관적으로 교외를 배회할 터다. 다가옴은 분수에 넘치고 달아남은 한참이나 그것에 모자란 일이 되었다.
긍지는 홀로 지핀 움집. 초가삼간 태워 얼마간 빛무리를 볼 수 있다면 떠돌이의 외길을 그리 어렵게만 여기진 않을 것. 수월하다 못해 지겹기까지 한 수를 누린다. 이해에 밝은 수완가의 삶이 천으로 헤아려진다.

나만큼 낡지 않은 제물장을 열었다.
지체 높은 이의 세월이 밖으로 튀어나와 문지방을 뛰어넘었다.
정답고, 애달프다.
낮 또한 나처럼 밤을 무시로 우물거리곤 한다.
입안에 무사태평한 번지수가 흥건히 괴었다. 고인 낱말 사이로 억장이 춤을 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