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프로토타입 템플 : 우린 쉬게 될 거예요》 김지민 개인전

《프로토타입 템플 : 우린 쉬게 될 거예요》 김지민 개인전 , 세운홀, 2025.10.25 – 11.22, 이미지_양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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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껏 어둑하니
손대는 곳마다 판이한 수레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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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굴리며 사는 것이다. 대부분의 평지와 간혹 등장하는 오르막과 내리막. 그 둘은 속되다. 닿지 않은 괭이가 있다면 영원으로 분(扮)하여 잠시 본분을 잊고 속절없이 괭이질하리. 이를 말리는 온갖 것들과의 접촉은 결코 환원될 수 없는 의지이자 별다른 몫이다.
송곳이 두렵나. 바로 그것은 들풀을 잡고도 외다. 한쪽으로, 머나먼 그쪽으로 던지듯 달아나는 게 있으나 마나 한 관계 – 균형이 맞지 않는, 저주스럽기까지 한 관계 – 를 홀로 두는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늦은 오후를 담뿍 머금은 이후로 머릿속은 언제나 해지기 전 상태입니다. 쫓겨나진 않았지만, 초대받지 않은 곳에 있자니 어딘가 텅 빈 사람이라도 된 것 같아, 풍경은 되풀이되고 처지는 전보다 삭막해집니다. 이럴 바에 사막을 삼키는 게 낫겠다 싶어 회전하는 한쪽 발을 지그시 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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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엉킨 삶에 핏대를 세운다. 이제 눈에 익을 대로 익은 상가의 이름은 이름뿐인 평화. 익숙함에 오늘도 나는 고전을 면치 못한다.
고장 난 시계의 광장을 지나 근방에서 가장 지대가 높은 장소에 도달하면 한숨은 내가 원하지 않아도 두 걸음을 뗀다. 바짓가랑이 붙잡을 새 없이.
한숨의 당찬 모습에서 앞으로 당면하게 될 일의 귀퉁이가 언뜻 보인다.
장대에 걸린 홑이불은 바람에 날려 떨어질 듯하고, 어수선한 빈집은 내일도 비어 있을 거라는 확신에 더욱 어수선해 보인다. 무릎 꿇은 양초와 몰지각한 촛대의 결합을 상상으로만 보았지,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니 어째 심경이 복잡해진다. 앞선 목도는 너 없이 부축한 일념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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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다. 그러고선 금방 물러간다. 마구 도약하는 하늘 밑에서 상태의 변화를 점친다.
마른 날이 먼지들에 의해 점거된다. 우두머리를 사로잡아 어느 빗변에 둘까. 이 구석에 과연 볕이 들까. 형식적인 삶은 섬에 얹힌다.
정돈해 두지 않은 자리가 팔을 뻗어 상징적인 도형을 그리며 식용 꽃을 꺾었다. 부서진 구름이 상자에 웃자고 한다. 입가에 웃음기보다 소금기가 잔뜩 배어 어쩔 수 없이 뭇 대양들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마구잡이 흉포. 그래, 가끔 그렇게 트집 잡는 흉포.
모든 일의 지속을 바라지는 않는다. 걔 중 어떤 일의 계속만 원하며 그러는 중에 무언가를 잘못 듣기도 하고, 없던 걸 만들어내기도 한다.
너만 한 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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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적 걷기란 무엇인가. 해결을 바라는 문제와 방치를 바라는 문제가 있는데, 앞선 물음은 어느 쪽으로 기울려나. 아니, 그 전에 이를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거듭 혼란이고, 또한 곤란이다.
새로 지은 숲은 재가 되기 십상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어느 해변이 필요하다면 차가운 모래밭을 들춰 검푸른 바닷가의 실마리를 잡으리. 나는 또 무엇을 안으리. 이와 동시에 포옹은 기껏 가꾼 화단을 다그쳐 거동이 민망하기 그지없는 새가 비치적거리며 날고.
조약돌을 걷어찬다. 뒤이어 형편없는 나뭇가지와 꼴이 우그러진 나무껍질까지 차버린다. 후련한 느낌보단 잠이 덜 깬 기분이 속에서 메아리친다.
무형과 최대한 비슷하게 감정을 그을렸다. 그대로 얼마간 소음을 반기기도 했다. 부적절한 사유는 언제 적 건물의 정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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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내가 어제 이곳에 왔던가. 그는 알 수 없는 감각에 사로잡혔지만, 동시에 그 정도로 자신과 상관없는 기분을 느꼈다. 시간은 차근차근 어둠을 가져와 눈앞에 드리웠다. 고된 노동을 마치고, 근처 시장에서 사물의 구색을 맞추듯 장 바 온 사람이 자비 없이 장바구니를 거실에 던지듯.
그의 몸은 오전에 줄곧 동적인 시간을 보냈다. 이틀에 한 번꼴로 멈추었다. 이때의 움직임은 긴 잠을 자는 생물이 잠깐 잠을 뒤척이는 듯한 떨림에 가까웠다.
벽에 걸친 사다리는 온전히 등반을 위한 것이다. 오래 앉아 있는 동안 나는 내가 아니다고 그가 말했다.

seunggue Yang
seunggue Yang

새로운 아침을 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