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ate: 2025.10.23 – 12.20
- Place: OCI미술관
- Location: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45-14 1F, 2F, 3F
- Hours: 화 – 토 10:00 – 18:00
- Contact:https://instagram.com/ocimuseum

무엇에 흔들렸는지는 모르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마음이었다.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가방은 걸을 때마다 덜컥거리는 소리는 내었고, 뒷집엔 오늘내일하는 희망이 소문 없이 살고 있었다.
맑은 날에 하늘을 보면, 억센 손아귀가 한때 쥐었던 구름이 “얘, 너 또 쏟아지려구”라고 나를 탓하는 듯했다. 무엇도 안 되는데, 검은 비닐봉지에, 깨진 도로에, 숨 가쁜 벽지(僻地)에 눈을 흘긴다.
바닥에 죄다 떨어진 빨랫감을 주워 들고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요, 하고 아무개에게 단지 사실을 전한 나는 환상적인 면모를 띠었다지.
옥상에서 종종거리며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막 삶은 달걀이 생각난다. 주먹으로 쥐기엔 뜨겁지만, 머지않아 따뜻해지는 그것을. 어째서 이런 생각이 나는 걸까. 부적절하다고까지 느끼진 않지만, 알 수 없는 마음에 양손을 바지춤에 닦는다. 매끈매끈한 감촉이 꼭 지난날의 풍금(風襟) 같다.
저녁 여섯 시 정각이 되면 확성기에서 나오는 소리가 주변을 덮는다. 하늘의 외침이라면 좋으련만. 주위가 어둑해지면 인공의 빛 아래 철든 군상이 조금은 뾰로통해 보이려나. 하수구도 몸을 수그리는 때가 있다.

불과 5분 전에 그가 다녀갔다. 나더러 뭐라고 하더라, 오래 못 본 것 치고는 전과 다를 바 없어 그동안이 무색해진다고 했나. 시원치 않은 인사는 보잘것없는 안부를 거느린다.
먼지 하나 없는 옷차림이 유독 추워 보였다. 그가 기침은 했다면 불과 세계는 얼마쯤 얼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행색에 맞지 않게 화분을 하나 들고 있었다. 흐드러지게 핀 꽃이 앙증맞은 모양새로 나와 눈을 맞췄다. 이게 뭔가 싶어 고개를 획 돌렸지만, 아직도 그것의 잔상이 일부 눈앞에 남아있는 듯하다.
5분 전에 그가 다녀갔다. 자신과 영 어울리지 않은 화분을 놓고.
대야가 품은 물웅덩이는 꼭 누군가의 눈두덩이 같았다. 표면에 인 물결이 낯선 빛을 표방한다.
당황스러울 때마다 저도 모르게 유독 눈을 깜박거리는 사람이 내 곁에 섰다. 우리는 그렇게 10분가량 있었다. 의미 없는 공존은 멀겋게 생겨나 얼마 동안 시간을 쥐더니 흔적 없이 사라졌다. 언제나 남은 건 나였다는 게 떠나는 이의 행보를 결정한다.
옥상에서 천장을 발로 두드리다 보면 코끝을 간지럽히는 날벌레의 생활로 의식을 파고들게 된다. 그곳은 온갖 것들이 부유하는 군상 혹은 공장.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면, 이는 아마 덧없는 이동이겠지.

먼 길을 돌아가는 이의 심정이 유난히 입체적인 날이었다고 기억한다. 도로는 지난밤에 내린 눈으로 가득했다. 살면서 흰 것을 처음 본 사람이 되어 한편으로 유구하면서 몹시 적막한 오후를 보냈다.
고집스러운 삶의 양태는 문밖의 홍수를 빨아들인 듯하다. 이국의 언어를 무의식적으로 발음할 수 있다면 곳곳에 불붙은 설익음은 금방이라도 사라질 터다.
뭉툭한 코끝을 한 손으로 거머쥐며 종종걸음으로 걷는 사람들, 타고난 목청, 이제는 소용없는 인사와 화폐.
누군가의 살갗은 겉껍질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소리 입힌 생각은 난간에 붙어 있다. 참 외롭다. 바싹 말라버린 흙에 무언가를 심어도 결국 수포로 돌아갈 일인가 싶어 주먹을 쥐었다.
운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공교롭게 해가 떠 지상은 온통 그림자 무덤이다. 작열하는 곤란. 눈 닿는 곳마다 황무지가 되는 듯하다. 팔자에도 없던 모래바람이 불어와 건널목 모퉁이에 얼마간 머무르더니, 그곳과 멀찍이 선다. 동시에 나도 긴 잠에서 벗어난다.
잡다한 하루의 일과가 처음부터 끝까지 장황하게 나열되었다. 한 발짝 더 가까이 저 너머로 다가가는 내가 나로서 얼마나 적합한가.





바로 앞의 건물보다, 구석진 골목보다, 뜬구름뿐인 하늘보다 목소리라는 것이 더 귀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