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ate: 2025.08.28 – 09.27
- Place: 누크갤러리
- Location: 서울시 종로구 평창34길 8-3
- Hours: 화 – 토, 11:00 – 18:00
- Contact:https://instagram.com/nookgallery1

가만히 있어도 저 시계가 붉어지는 것을 몹시 한스럽게 여긴 그가 일자리를 잃었다. 그것은 설 자리를 잃은 것과는 격이 다른 일이었지만,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비슷한,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차이를 인식하는 일에 지친 상황이었다.
맨손으로 깊숙이 땅을 파고 그 안에 이제는 갈 일이 없는 집의 현관을 묻었다. 당연히 관념적인 행위이지만, 이것에 관해 그는 항상 장황한 마음뿐이라 그에게 무릅쓸 실례가 몇인지까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는 자신의 생활이 전보다 입체적으로 된 것을 별수 없다고 여겼다. 이제 막 한 주가 끝나려는 참이었다.
장식된 변두리가 숲길이 된다고 해도 놀랄 건 없으리라, 하고 어딘가 쓸쓸하게 고개를 빈 병으로 기울였다. 붉은 벽에 절로 시간이 새겨진다.

차가운 아침 공기는 남에게 싫은 소리 하지 못하는 사람의 입김을 길게 잡아끌었다. 의도하지 않은 연장에 그는 안절부절못했지만, 싫은 소리의 총량은 늘거나 줄지 않았다. 있지도 않은 먼 산을 보며 좋지도 않은데, 그저 좋아했다.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조화롭구나, 하고 그는 괜스레 충동을 던져버렸다. 그것은 생각과 닮은 구석투성이인 무엇이었다. 그의 곁은 불우하고 불온한 대상으로 빈틈이 없다.
어째서 계속 읊조리는지 모르는 손가락이란 단어가 그저 단어로 끝나면 어쩌나, 하는 격양된 걱정을 고스란히 느낀다.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경황이 없다. 흑백 초목과 여러 종류의 색채가 넘실거리는 액자를 한동안 동일시할 작정이다.

조막만 한 안녕의 세월을 곁눈질로 보고 퍽 우스워했다. 사람들에게 들러붙은 꼴이나 모양이 황금빛 은행잎으로 막힌 배수구로 흘러 들어간다. 문 앞에 서성이는 상황은 빗나감 없이 예상을 괸 채 한껏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비스듬한 이의 꿈은 사선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한편으로 몹시 그러길 바란다.
공교로운 공원과 그곳을 부정하려는 듯 위치한 책상과 의자(혹은 그 둘로서 여겨지길 바라는 대상과 대상). 이곳에 올 때마다 지난날은 어두운 날 집 뒤편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였다는 생각이 들어, 점점 확신의 원형에 다가서는 듯하다. 갈수록 설득은 키가 줄어들었다. 줄곧 진행되던 때를 마치고 예의 공원의 복판에서 외친 의견은 곧 굶주린 대기의 탄성일지도.

어지간한 사람의 키보다 큰 창문은 장면을 연역하고 면목 없는 이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창가에 일면식 없는 사람들이 죽 앉은 채 무엇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비극의 인정(人情)인가. 사물의 비탄인가. 수천의 오르막이 견고한 마음가짐을 갖춘 일은 한나절 정도 회고될 것이다.
여타의 방황도 결정에 힘입어 거처를 마련하고, 낮은 하늘에 불만을 토하던 구렁텅이도 잦아들듯 메워졌다.
정확히 일주일 역행한 시간. 당분간 뒤엉킨 생각은 더는 존재하지 못한다.
“애석한 두드림은 앞뒤 자른 말의 빈 곳일 터였어. 처연한 밑바닥에서부터 솟아오른 군중은 사실 하나의 몸짓을 기약한 소수의 이동 수단이었으니, 떠밀려 도달한 수중에 창백한 뒤탈이 가득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