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_양승규
- Date: 2024. 08. 01 – 09. 01
- Place: 겸재정선미술관
- Location: 서울특별시 강서구 양천로 47길 36
- Hours: 화 – 금 10:00 – 18:00 / 토 – 일 10:00 – 17:00
- Contact: 02 – 2659 – 2206
낮게 읊조릴 만한 것투성이다. 지쳐 쓰러질 때도 작별하지 않는다.
무신경으로 대상을 충분히 해체할 수 있다. 나는 일부 구축되었고, 현 상태는 그저 구조를 바란다. 그밖에 바라는 것이 있을 리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 용케 다짐한다. 존재가 부르틀 작정을 할 때 허구한 말로 빚은 섬이 성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고, 일부러 화를 내곤 한 내가 기껏 토한 외로움이 토라지지 않길 바란다.
속이 겉으로 드러나건 말건, 처음은 언제나 순수한 것. 문득 그때를 떠올렸다. 어디에도 자리 잡지 못한 영혼이 웃었다. 행색이 남루한 꼴로 그다지 깊다고 할 수 없는 우물을 오르는 착각에 빠진다. 천장을 겸한 하늘이 무너지더라도 이젠 괴롭지 않을 터다.
“내 찬 숨이 네 더운 숨보다 뜨겁다면 걷어 올린 소매는 헤어지는 게 맞겠어.”
낡은 건 불확실하고, 새로운 건 편하지 않아 사연 많은 외톨이라도 된 듯한데, 해가 지나도 구부정한 우울함에 구역질을 덧대었다.
나를 반기는 건 반지하에 움튼 초원. 그 광활함이 언제가 내게 소리를 내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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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부유엔 제각각 설움이 묻어있지.
문지방을 앞지른 손끝은 극히 예전과 다를 바 없고
춤을 추는 이들이 동시에 지은 표정엔 불성실한 입가와 꾸어다 놓은 눈가가 자못 진지하게 나타난다. 어물쩍 지나온 시간은 빈속을 능숙하게 속여 넘기고.
기필코 파란이 몰려온다.
그곳은 정처 없는 내가, 나의 정체를 확인하는 방.
습관으로부터 파생된 기분, 의미보단 자격에 맞게 쓰인 단어와 드디어 소외를 마친 여정.
누군지도 모른 이를 통과하는 중이었다. 어느샌가 속에서 치미는 건 사라졌다. 치밀한 다정의 연속이 내게 드리웠나. 눈 감았다가 뜨면 목적지에 도달할 테지. 나룻배가 과도한 선착장에 꽁무니를 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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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쓴 얼굴이 거치적거리는 시야를 접어둔 건 일종의 욕심인 것을. 고집스러운 이의 일탈은 누구나 쉬이 짐작할 법한 일이 되었다. 등받이의 존재가 삶에 대해 깊으면서도 부드러운 응원이 되리란 걸 깨닫는 순간은 무척 빛날 터인데.
사람들 속으로 섞여 들어간 시간은 오전 아니면 오후였고 날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느닷없이 쏟아지는 비가 얼마 동안 세차게 바깥을 소유한다. 무엇 하나 손에 쥔 게 없는 실내가 점점 안으로 파고들었다.
희뿌연 풍경이 주는 딱딱한 인상에 늘 찾던 말을 잃어도, 습한 날씨에 기어코 갈라진 살갗이 삶을 위한 가치를 침묵에 선사하기에, 아무런 징조 없이 숱한 일이 발생하기도 일어나기도 벌어지기도 한다. 생각의 갈피는 사잇길을 표방하며 우수한 자질을 덥석 베어 문다.
여러 눈이 뒤따르지 않는 배회와 이젠 서성거리기도 민망한 처지가 어울려 세상 모든 먼발치를 아우른다. 공교로운 회벽에 일찌감치 멍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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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추장스러운 느낌을 덜어낸다고 했지만, 어딘가에 여전히 붙어 있는 듯하다. 그것을 꼬리라고 부른다면 도마뱀처럼 떼어낼 수는 없으리라. 입을 다문 채 노려본 풍경은 내게 넌지시 어제를 논하고, 제법 신경 쓴 의견을 요구한다. 어제와 오늘은 동일한 정도로 숨이 막힌다. 이는 일종의 어리광일 수 있겠지만, 우스갯소리로도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에 곧 버려질 플라스틱 물병과 응석을 동일시하는데, 의식은 천천히 양 갈래로 나누어진다.
짐작으론 수없이 도달한 땅에 시시각각 이름이 바뀌는 들풀과 높이 조절에 실패한 하늘, 그리고 이야깃거리 많은 돌이 존재한다. 그 속에서 나는 어떻게 걸었는지 기억나지 않아 습관이라도 되는 양 시치미를 휘두른다. 날벌레조차 내게 다가오지 못할까. 공교로울수록 예측이 빗나가는 상황에 입밖으로 꺼내어 본 적 없는 이름을 소리 위에 받혀두고 볼 안쪽을 씹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수를 세는 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주머니 속에 숨은 주먹은 언제쯤이면 안도를 펼지, 흰 것에 걸맞은 고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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