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그림 & 조현익, 미술로 삶을 섬기다

불화와 성화가 만난 자리, ‘나답게’ 산다는 것의 진정성

잘 살고 있는가? 묻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답할 수 없는 건,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 때문일지도 모른다. 박그림과 조현익의 이인전 《잘 살고 있는 나를 죄인으로 만들기도 하며》는 바로 그런 틀과 관념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전시는 삶의 다양한 방식과 스펙트럼을 미술이라는 언어로 표현하며, 개인적인 이야기를 동양과 서양의 종교적 형식에 녹여낸다.

불화의 호랑이, 성화의 일상

박그림은 전통 불화를 기반으로 작업을 펼친다. 그의 대표 연작 〈심호도〉는 불교 ‘심우도(尋牛圖)’를 성소수자 정체성과 연결해 재해석한 작품이다. 소 대신 호랑이가 등장하는데, 이 호랑이는 단군신화에서 인간이 되지 못한 존재로 남은 동물이다. 호랑이는 그가 살아온 상처와 극복의 기록이며, 동시에 퀴어 문화와 현대사회를 조화롭게 엮어낸 상징이다. 수려한 색감과 섬세한 표현력은 보는 이를 매혹시키며, 전통적인 형식을 새로운 담론의 도구로 전환한다.

조현익은 기독교 성화에서 영감을 받는다. 〈이콘〉〈네오 이콘〉 연작은 화면 중앙에 배치된 인물과 그 뒤로 비치는 금빛 광배로 구성된다. 그런데 여기서 종교적 성인 대신 일상의 풍경이 자리한다. 가족과 육아, 사랑과 이별 같은 순간을 숭고한 이미지로 승화하며, 평범한 하루에서 성스러움을 찾아내려는 태도가 돋보인다. 그는 일상을 캔버스 위에 기념비처럼 올려놓음으로써, 삶의 작고 소중한 부분을 드러낸다.

미술이라는 언어로 삶을 섬기다

두 작가는 공통적으로 종교적 형식을 차용하지만, 섬기는 대상이 다르다. 이들은 초월적 신이 아닌 ‘나와 내 인생’을 섬긴다. 창작은 수행과도 같고, 자신이 믿는 신념을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과정이다. 박그림의 작업이 퀴어 정체성을 통해 사회적 억압과 치유의 가능성을 탐구한다면, 조현익은 개인의 일상에서 숭고함을 발견하며 삶의 의미를 확장한다.

다양성의 스펙트럼, 그 사이의 조화

전시 제목이 말하듯, 세상이 만든 규범과 잣대는 때로 우리를 ‘죄인’으로 느끼게 한다. 그러나 잘 사는 삶은 단순한 규범의 문제가 아니다. 박그림과 조현익의 작품은 삶의 다양한 방식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개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존중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두 작가는 서로 다른 형식과 메시지를 통해 “나답게 사는 것”이야말로 가장 ‘잘’ 사는 길임을 이야기한다.

전시는 12월 20일까지 OCI 미술관에서 열린다.


자료 제공 OCI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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