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간 2024. 11. 15 – 2024. 12. 01
- 장소: 도로시 살롱
- 주소 서울 종로구 삼청로 75-1
- 시간 수~토 13:00 – 18:00 | 일 13:00 – 17:00 (월,화 휴관)
- 문의 02-720-7230
11월의 삼청동은 차가운 바람에도 예술의 온기로 가득하다. 그 중심에 도로시 살롱의 전시 <식물의 변주 Plants Variations>가 있다. 이 전시는 손승범, 윤석원, 채온이라는 세 젊은 작가의 독특한 시선과 감각으로 빚어진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은다. 식물이 주제이면서도 동시에 주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이 전시는 작가들의 손길로 식물이 어떤 변주를 이루는지 보여준다. 11월 15일부터 12월 1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식물이라는 익숙한 존재를 낯설게, 그리고 깊게 바라보게 만든다.

손승범: 흔한 잡초, 기념비가 되다
손승범은 사라져가는 것들, 그리고 잊힌 것들에 주목하는 작가다. 그에게 식물은 소멸과 생성의 순환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존재다. 특히 그의 작업의 중심에는 망초가 있다.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어 지나치기 쉬운 망초는 손승범의 손끝에서 섬세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세밀한 붓질로 표현된 망초의 꽃잎과 흔들리는 잎사귀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조용한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잡초처럼 보이는 평범한 생명이 얼마나 고유하고 강렬한 존재인지 그의 작품이 말해준다.

윤석원: 식물, 회화적 실험의 무대가 되다
윤석원에게 식물은 주제라기보다는 표현의 도구다. 빛과 색이 만들어내는 장면의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그에게 식물은 이상적인 실험의 소재다. 그의 캔버스에는 햇살에 반짝이는 잎사귀, 눈부시게 붉은 꽃잎, 겨울의 나목처럼 다양한 생명이 담긴다. 윤석원의 식물은 단순히 조형적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그의 감정과 사고를 담아낸다. 빛과 물질이 만나 빚어내는 순간들은 마치 자연이 선물한 추상화처럼 보인다.

채온: 직관으로 피어난 꽃들
채온의 작업은 강렬하고 직관적이다. 그가 붓으로 만들어낸 꽃들은 흐드러지게 피어날 뿐 아니라 날아오르고, 터질 듯한 생명감을 뿜어낸다. 일상과 작업이 경계 없이 얽힌 그의 삶처럼, 채온의 그림은 자유롭고 즉흥적이다. 두툼한 물감이 꽃잎과 씨앗으로, 혹은 바람에 날리는 꽃송이로 바뀌는 모습은 그의 손길의 리듬을 생생히 느끼게 한다.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은 그의 꽃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세 작가는 각각 다른 식물을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그려내지만, 그들의 중심에는 생명에 대한 경외가 있다. 망초, 붉은 꽃잎, 그리고 흐드러진 꽃송이는 모두 생성과 소멸, 자연의 순환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들의 작품은 단순히 자연의 복제가 아니다. 손승범은 사라질 것들을 기억하게 하고, 윤석원은 빛과 형태의 아름다움을 실험하며, 채온은 삶의 에너지를 그림으로 담는다.
도로시 살롱에서 펼쳐지는 <식물의 변주>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기보다, 자연에서 출발해 인간의 감각과 사유로 재해석된 세 작가의 작품은 관람객에게 새로운 시선을 선사한다. 이들의 손끝에서 식물은 더 이상 식물에 머물지 않는다.
이번 전시는 한 해의 끝자락에 식물이라는 소재를 통해 삶과 예술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삼청동의 조용한 공간에서 자연과 인간, 그리고 예술의 조화로운 교감을 느껴보길 권한다.
자료 제공 도로시 살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