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간 2024. 11. 23 – 2024. 12. 08
- 장소 예술공간 의식주
- 주소 서울 서대문구 홍연길 80 201호
- 시간 수~일 13:30-18:30 (월, 화 휴관)
- 문의 @the_necessaries
서울 서교동 예술공간 의식주에서 임하리 개인전 ‘나의 팔에 인덱스’가 열린다. 2024년 11월 23일부터 12월 8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만들어낸 독특한 캐릭터 ‘털난빵’을 중심으로 시각과 촉각,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탐구한다.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털 뭉치로 시작된 이야기지만, 그 속엔 복잡한 감각과 감정, 그리고 다층적인 자아의 모습을 담고 있다.

‘털난빵’, 만질 수 있는 캐릭터의 탄생
털난빵 캐릭터는 색과 질감, 움직임이 조화를 이루며 관객에게 ‘촉감’이라는 물리적 경험을 불러일으킨다. 핑크, 초록, 파랑 등 다채로운 색의 털 뭉치들은 서로 다른 상황과 감정을 담고 있어 마치 우리 안에 존재하는 ‘다수의 나’를 닮았다. 슬픔과 기쁨, 용기와 두려움, 희망과 절망 같은 상반된 감정이 털난빵의 표면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전시장 곳곳에 자리한 털난빵은 단순히 관람객의 눈을 끄는 것을 넘어, 보이는 표면의 질감을 시각적으로 만질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부드럽게 흔들리는 털의 움직임과 표정은 어떤 동화 속 생명체와 같은 생기와 온기를 전한다.


AI,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
임하리는 이번 전시에서도 AI를 창작의 도구로 적극 활용했다. 전시 공간을 일종의 스튜디오처럼 활용하며 AI와의 협업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개했던 2023년의 실험에서 이어진 흐름이다. 당시 그는 작업 공간을 그대로 노출해 관객이 창작의 순간을 직접 목격할 수 있도록 했다. AI는 이미지를 생성하고, 작가는 이를 바탕으로 회화적 해석을 더했다.
이 협업 과정은 단순히 기술과 예술의 만남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창작 방식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임하리는 AI와 함께 털난빵의 촉감과 감정을 더 풍부하게 탐구하며, 색채와 질감, 그리고 서사를 더해 털난빵을 한층 더 생동감 넘치게 완성했다.

촉감의 기억과 퀼트 이야기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볼 또 다른 작업은 손바느질로 완성한 퀼트 연작이다. 포근한 패턴과 부드러운 소재의 조합은 어린 시절 인형, 담요, 베개 같은 애착 물건을 떠올리게 한다. 이 퀼트 작품들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우리의 감각을 되살리고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임하리는 촉감이라는 물리적 경험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냈던 ‘처음의 감각’을 상기시킨다. 이것은 이름이나 텍스트로 정의되기 전, 가장 본능적이고 근원적인 순간들로 우리를 데려간다. 퀼트는 단순히 따뜻함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연결하는 기억의 매개체로 작용한다.

촉감으로 쓰는 자서전
‘나의 팔에 인덱스’라는 제목은 단순한 은유를 넘어, 촉각과 기억이 만나는 지점을 상징한다. 이 전시는 관람객이 털난빵의 부드러운 표면을 상상 속에서 만지고, 퀼트의 따뜻함에 기대어 스스로의 감각을 탐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촉감으로 기억을 소환하고, 다층적인 자아를 발견하며, 보는 손과 만지는 눈의 교차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번 전시는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다. 누군가를 감싸안는 팔, 그리고 우리를 이어주는 팔에 새겨진 이야기를 다시 한 번 꺼내볼 때다.
자료 제공 임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