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감염-종》 서울시립미술관2025 신진미술인 지원 프로그램 오현경 기획전

《감염-종》 서울시립미술관2025 신진미술인 지원 프로그램 오현경 기획전, 김영재, 루씨초, 마루소, 박희민, 챔버, 공간222, 2025.09.25 – 10.14, 이미지_양승규
  • Date: 2025.09.25 – 10.14
  • Place:  챔버, 공간222
  • Location: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26-6,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 24 광명빌딩
  • Hours: 12:00 – 19:00
  • Contact:https://instagram.com/species_contaminans

김영재, 지면종(地面種), 2025, 스테인리스, 라텍스, 49 x 65 x 155cm / 포획, 2025, 스테인리스, 라텍스, 볼트와 너트, 12 x 125.5 x 21cm 이미지_양승규

무언가 우스워서 견딜 수가 없다. 소멸을 목전에 둔 외투를 벗으며 생각했다. 눈앞에 저당 잡힌 묘사가 묘수를 뽐내지만, 그것이 뿜은 건 고작 흔한 명줄에 지나지 않는다.
매개체들의 삶은 사투 위에 세운 상가와 다를 바 없어, 그곳에 단순한 모래바람만 드나드는데, 초창기에 보았던 종이가 여전히 누렇게 떠 있다. 저마다의 도생이 지역을 거대한 구체로 갈음하는 결과로 이어졌으며 그것의 윤곽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성질로서 유유히 떠돌아다닌다.
익숙한 계절에 어울린 낯선 풍경은 자신이 별 볼 일 없다는 자각을 일게 하는지도 모른다. 무릎 깨진 걸상이 무찌름을 내면화할 때 뒤돌아선 자아의 앞선 깨달음은 적진을 둘러싼다.

박희민, 알라르간도(점점 느리고 폭넓게), 2025, 우레탄, 숯, 가변설치, 이미지_양승규

어쩌다 문밖에 청명한 외계의 상이 맺히게 된 걸까, 하고 생각한 이래로 눈두덩이의 번안은 어물쩍 가속화되었다. 결국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자는 게 그렇게 허무한 양상을 띠면서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란 동의를 주변에 표하며 숙명적으로 젠체했다. 이를 유감스러워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서글퍼 보이는 사람에게 느껴지는 일종의 과분함이 나의 토로를 가볍게 넘는 중이었다.
잦은 소식에 인접한 그물을 손등에 얹고 별안간 대양을 떠올리는 순간은 자연스러운 수순에 가로막혀 매캐한 날이 언젠간 올 거라 믿으며 그렇게 또 황망해 하였다. 호흡하는 개체와 개인에 뿌리내린 개념을 일방적으로 구석에 몰아세우는 것. 탈부착 가능한 성취를 원한다.

이미지_양승규

허투루 지핀 불같은 건 없대. 전부터 밑바닥을 상정한 듯한 지붕에 벼락같이 볕이 떨어져도 떨림은 불필요한 날벌레에 어떤 환경조차 건네지 못하고, 웃는 거야 가만히.
뜨고 지는 그간의 날들이 속돼 버릇은 방편이랍시고 다 쓰러진 냇가를 일으켜 세우며 흘러간 초가(楚歌)에 고이 묶은 뒷짐을 보내는 형국이다. 기다란 사유는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조형물처럼 덩그러니 머릿속에 놓였다. 아침을 인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낮은 자세의 역할을 다음 날이면 사라질 웅덩이에 결부시키며 눈높이와 턱걸이의 관계까지 온전히 파악하려 든다. 집안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복도를 가로질러 이동하였다. 허탈한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무언가 달아나듯 잦아들었다.

마루소, 확산.Vol 2 – 5965, 2024,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7분 17초, 이미지_양승규

깊은 수렁에 발 한쪽을 걸치고 생각보다 어정쩡하지 않은 상황을 즐겼다. 자세는 그동안 바르게 있었는지(아니면 여태껏 취한 상태의 지속을 바라듯) 굽은 모습으로 관망 곁에 섰다. 사람들은 길게 줄 서 있었다. 줄의 시작과 끝을 한눈에 담을 정도의 길이가 퍽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건 인식된 기다림이 주는 맹목성 때문일지. 오래도록 빈 곳은 채워져도 한동안 공허한 인상을 주었다.
목소리는 날카롭게 문지방을 정비한다. 이곳을 넘나드는 모든 대상에 벼림의 가능성이 내재할 터다. 그들이 이를 (운 좋게)인식하거나 일상적으로 알지 못해도 장식 없는 솟대는 마을 어귀에 버젓이 존재한다.
‘대사 없는 인물의 등장이 사뭇 장엄하게 이루어질까.’

루씨초, 공생 Ⅰ, 2025, 콤부차 가죽, 아크릴, 스피커, 앰프, 전자회로, 수술용 봉합사, 45 x 70 x 10cm / 공생Ⅱ, 2025, 콤부차 가죽, 리니어 액추에이터 6개, 전자회로, 아크릴, 수술용 봉합사, 145 x 15 x 10cm 이미지_양승규

검은 낮이 지속될 예정이었다. 그 속에 막대기를 자처한 건물이 마냥 굳어 있고 사람들은 절박하게 창문을 여닫으며 각자의 방식을 더듬을 터다.
벽돌 위에 벽돌을 얹었다. 사흘 전에 갔던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숨을 고르고, 하루 중 절반가량 소리는 퇴행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은 신통치 않은 사람의 발길질처럼 변변하지 않은 인상을 주었다. 주변엔 헐거운 매듭이 위태롭게 흩날리고 있었으며 더군다나 실마리조차 불온했던 문제는 이제 불결하기까지 했다. 한숨은 거대한 환대를 받는 것이 멋쩍은지 조촐하게 행동하면서 안개든, 연기든 이 둘과 비슷한 무엇을 수심 측량하는 눈으로 좇았다.
허공에 꼴사납게 맺힌 시선이 허우적거린다.

오현경(유진)_이미지 양승규

오늘이 평일인지 주말인지 파악할 수 없다. 그다지 중요한 사항은 아니다(우선 나에게는 그렇다). 개인의 신상은 정보로서 존재했음을 회상하면서 특유의 부적절함에 회부되고 있다. 옳고 그름보다 사회의 입에 오르내림이 바로 내가 아니면 무엇일까.
가슴팍의 상승과 하강이 호흡을 사뭇 연극적으로 나타내는지도 모른다. 당연한 현상에 주렁주렁 의미를 엮은 일로 비치더라도 알 수 없는 뜻은 만연하다 못해 뭇 대상들과 막연한 관계를 형성하기까지 한다.
기침의 소리로 상태의 여부를 주고받고 유독 침묵을 경계하는 이곳이 누구도 짐작하지 못한 정적에 휩싸여있다는 것을 나는 긍정한다.

seunggue Yang
seunggue Yang

새로운 아침을 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