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나눠지고 펼쳐진》 박그림, 장승근

《나눠지고 펼쳐진》박그림, 장승근, 공간 Unoccupied Gaps, 2025.10.04 – 11.01, 이미지_양승규
  • Date: 2025.10.04 – 11.01
  • Place:  공간
  • Location: 서울 강남구 삼성로115길 40 원호빌딩 B1F
  • Hours: 13:00 – 19:00 / 수 – 토
  • Contact:https://instagram.com/unoccupiedgaps

장승근, 이미지_양승규

방안에 한기가 도는 것과 도저히 채워질 생각하지 않는 허기 사이에 미적지근한 관계가 형성되었다.
빼어난 인상의 사내는 어딘가 머물기를 희망하지만, 그런 거 다 부질없다는 듯한 눈으로 사물의 모서리 부근을 핥았다. 흐린 하늘을 한 줌 쥔다면 원하지 않아도 절로 알게 되는 사실 몇을 솎아 낼 수 있을지. 그의 시선은 폐허 속에서 마모된 이상을 한눈에 알아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낮은 골목과 좁은 지붕을 크게 개의치 않는지도.
어느 동네 부근을 지날 때면 위가 쑤시는 듯하다. 그곳을 콕 집을 수 있다면 활동 반경은 제한되겠지만 더 이상 속이 쓰라리진 않을 텐데. 한때 보편에 기댄 것이 이렇게 돌아오나 싶어 서둘러 악쓴다. 이 발악이 어중간하게 느껴질까 봐 송두리째 선택지를 던졌다.

장승근, 이미지_양승규

본분을 잊게 만드는 층위란 낱말을 기억해 두었다. 그때 앉아 있던 의자는 상당히 높았다. 바닥에 닿지 않는 발이 공중에 무방비하게 떠 있음을 어째 지금도 선명하게 바라보고 있는가. 험준한 새벽은 언젠가부터 내게 존대한다. 나는 유명무실한 사람의 뒤를 봐주는지도 모른다.
바람에 나부끼는 대상들은 실내를 외면하며 속으로 외지를 내지르고. 정작 때가 되었을 때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나지도 못한 상태를 살며시 누르는 것. 주르륵 떨어지는 찬사.
이른 기상이 시사하는 건 삶의 연장이라고 말했던 시절에 고독한 무언가의 연작을 질질 끌어댔다. 특정할 수 없는 생채기가 고분한 생태를 어지럽힌 결과 갈피는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박그림, 이미지_양승규

애써 일으킨 몸이 고달픈 하루의 시작이 되더라도 물론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일. 벽은 두드려야 그 속이 비었는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오래된 종이는 품위를 잃은 지 오래다. 이와 상관없이 버젓한 양태가 눈에 거슬리기까지 한다면 잠시 눈을 감고 있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시야가 트인 곳에서 주위를 관망하는 것이 좋다. 나를 둘러싼 가장자리 부근이 꼭 고요할 것 없이 시끄럽지만 않아도 관조는 쉽게 손등에 올려놓기도 하고 어깨에 걸칠 수도 있는 대상이 되었다. 넋 놓고도 푸른 사방을 원한다.
의식을 제멋대로 놔두기 전 어설피 귓가에 스민 처마. 연달아 건너뛴 숫자와 대수롭지 않은 상황들의 연속. 바람직한 발음과 건설적인 대화를 구슬려도 보았다.

박그림,이미지_양승규

분명히 많은 걸 알고 있음에도 부족을 취하는 그의 위상이 시간 지나, 좀 더 구체적으로 계절이 바뀜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소유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하고 언 도로가 녹듯 생각하지만, 끝없는 엄동설한이 지속된다고 해도 상관없을 나였다.
기회들이 흔하다 못해 주변에 넘쳐 그것들이 기회라고 여겨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작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서두의 그림자를 길게 뺐다. 남루한 옷의 주름은 조금도 펴지지 않은 채 어떤 열망의 주검만 암시하고 있다. 앞선 상황을 기어이 받들며 온전히 불탄 상황에 정박한 뭇 면목들과 춤이라도 춰 보일까, 하는 물음. 시작도 전 미리 끝을 예고한 졸음.
달뜬 분위기 잠시 접어둘까 하다가 급히 펼친 저 신기루 하곤.

박그림, 장승근, 이미지_양승규

이른 것투성이 삶에 여러 공간을 마주하는 호사 아닌 호사를 누린다. 곁에 걸친 여유는 인공의 것이지만, 나는 이에 자연스럽게 파고든다.
누군가와의 만남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최대치의 상념은 무엇인지. 이를 언젠가 깨닫게 될까 두렵기도 한 지금을 쏘아붙인다. 매섭게 표정을 바꾸곤 하는 바깥이 그저 사사롭게만 느껴진다. 진폭.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을 그대로 내뱉어 만든 ‘진폭’
갈수록 멀어지는 게 조심스럽게 바닥으로 시선을 떨구고, 바득바득 우기며 지켜낸 멋도 멋쩍게 숨기고.
옆 건물에 사는 사람들의 동태가 적당히 날아와 내게 꽂힌다.

seunggue Yang
seunggue Yang

새로운 아침을 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