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두꺼운 벽, 얇은 떨림》 류정하 개인전

<두꺼운 벽, 얇은 떨림> 류정하 개인전, WWWSPACE2, 디자인_유승우
  • Date: 2025. 07.02 – 07. 13
  • Place:  WWWSPACE2
  • Location: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163-5 1층)
  • Hours: 수 – 일, 13:00 – 19:00
  • Contact:https://instagram.com/jeongha_ware

류정하, 두꺼운 벽, 얇은 떨림, stoneware, handbuilding, glazed, clay, bisque firing, Iv drip, variable installation, 2025
이미지_양승규

굵어진 뼈마디를 보니, 이제 이것도 익숙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군데군데 바스러지고 금이 간 계단 위에서 느릿하게 주먹을 쥐었다가 펴고(이를 전부 두 눈에 담고) 팔꿈치에 힘을 풀었다. 멀겋게 선 내게 대관절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입 대신 현상을 다물고 때론 속이 빈 벽에 기대기도 할 나였다. 수차례 동전을 던졌지만, 기어코 뒷면만 나오는 걸 보니, 큰수의 법칙은 나를 비껴간 듯하다. 이런 사실의 선고는 주저 없이 반복을 취한다. 끊이지 않는 호흡처럼, 떠나지 않는 관계처럼.

시큰거리는 손목은 흐린 날을 제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며, 거의 다 드러난 해를 등졌다. 예의 손목이 옷소매와 닿을 때 튕기듯 인 감촉은 유난히 밝을 터다. 나무의 밑동을 보면 그것의 단단한 정도를 짐작하는 버릇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시작을 짐작하는 시선이 어느새 버릇의 나이를 토한다. 넉넉히 준비한 사안이 부족을 넘어 결핍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본의 아니게 목도한 일이 있었다. 이와 결부된 감정은 일언반구도 없다.

류정하, Co-cc-yx-co-cc-yx-co-cc-yx, stoneware, glazed, steel, 230(h) x 13 x 4.5cm, 2023
이미지_양승규

그동안의 경험을 뒤엎어 선험으로 나아가는 일은 뻑적지근한 감각의 연속이었다. 그 사이에 존재는 불타기도 했지만, 지핀 적 없던 불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어 메마른 청승만 두드리는 형국으로 날을 보냈다. 군말 없이 받아들인 빈자리와 빈자리가 그저 같은 말의 반복은 아니길, 거듭된 존재가 아니길 적당히 바라며 누군가의 말투 속을 헤맨다. 혀끝에 감도는 일련탁생이란 일련의 파도를 거세게 잡으려고 하였다.

눈 뜨고 감음에 차이라고 할 게 없고, 어쩔 수 없는 일이 더군다나 외다리 위에 놓여도 두 발 디딘 지면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터다.

텅 빈 하루 속의 가난은 거나하게 취하지도, 제 정신을 단단히 붙잡고 있지도 않은 채 뼈가 있는 말을 서슴지 않게 뱉었다. 그 말에는 우스갯소리도 포함되었는데, 농담의 농간은 수상쩍은 기색 없이 앞선 소리의 선두에 섰다. 그 고스란함이 곧은 울목을 구부릴지도 모른다.
어제와 오늘을 아우를 방식으로 거론된 사항은 서 말쯤 되려나.

류정하, 보이지 않는 굴레에 의해, handbuilding, glazed, stoneware, steel, 180(h) x 130 x 70cm, 2021
이미지_양승규

무턱대고 그를 찾아 나선 건 아니었다. 나름의 생각이 있었으며, 때론 그것을 어떻게든 떨쳐내고 싶었지만, 그럴수록 헤아림의 존재는 더욱 붉어졌기에 저녁놀을 덧신고 타오르듯 걸었다. 그가 있을 만한 곳을 도려내니 무엇도 상처받지 않았고, 가능성은 성한 채로, 무로 곤두박질쳤다. 무고하다고 기록될 여정이 여분의 곁을 나에게 내어줄까 봐, 하는 괜한 사려에 몸 둘 바를 모르고, 그저 발을 굴렀다.

홀로 떠난 길이지만, 마치 기나긴 행렬의 선두에 선 듯 앞을 갈랐고, 풍경을 뒤로 물렸다(혹은 그러길 바랐다). 쉬이 부스러지는 잎들은 걸음에 맞춰 고요를 두드렸다. 놀란 눈으로 구성한 시선의 굄이 언뜻 떨기도 하였다. 멍한 표정은 굼뜬 팔다리와 함께 어울렸는데, 이에 들뜬 시간이 이유도 없이 다가와 속이 취한 상태의 다양성을 늘렸다. 늘어난 가짓수. 부르튼 관절.

외길에 불어닥친 감정은 날로 두꺼워진다. 바닥에 드리운 긴 그림자를 돌아볼 찰나, 그것엔 뼈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다시 몸을 돌려 앞으로 곤두박질한다.

류정하, I wish you a merry _____, porcelain, casting, glazed, wire, variable installation,2025
이미지_양승규

공든 기억을 추슬렀다. 그것이 언제부터 몸져누웠는지 알고 있지만, 그 기간은 나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껍데기 앎은 그렇게 조성되는지도. 가엾게도 그것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오전과 오후 중 면할 것을 고르고 내심 그 반대도 기대하는 것. 분수에 넘친 바람은 단지 현실을 얇게 만들었다. 그럼으로써 시작된 처음의 반복이 우두커니 놓인 길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사람을 둘로 늘리고, 어쩔 줄 모르는 둘로 깊은 시간을 버텼다.

번화가의 소음이 필요하면서도 쓸데가 없어 한쪽 귀를 막으며 한때 물 쓰듯 써댄 악을 들이켠다. 뻐근한 감각은 공교로웠다고, 모두가 이를 느끼면서도 뜬 눈으로 모르쇠. 단단한 곳에 몸을 부딪친 이들만 눈을 감았다. 금세 추리지 못한 날개뼈가 어떤 위력이라도 보여줄 듯 제 위용을 떨칠 때 그저 가만히 사물의 꼭대기를 올려다보던 내가 빈 들을 한 움큼 쥐고 괜한 소리라도 뱉을까. 비틀거리는 종말치고 두서 있는 것이 없다.

류정하, Marrow pond, stoneaware, handbuilding, steel, waterpump, 80(h) x 130 x 60cm, 2023
이미지_양승규
seunggue Yang
seunggue Yang

새로운 아침을 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