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ate: 2025.12.19 – 2026. 01.24
- Place: 디스위켄드룸
- Location: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42길 30, 1층
- Hours: 수 – 토 12:00 – 19:00
- Contact:https://www.instagram.com/thisweekendroom_official

눈 덮인 산을 직접 눈으로 본 것은 아니었지만, 마치 예의 산을 앞에 둔 듯했다. 방금 눈이 내렸다. 거리에 사람들은 없었고, 주인 없는 바퀴나 한때 성행했던 유행 따위가 거리에 즐비했다.
웬만한 추위는 일도 아니라던 이는 이 겨울날 분주하게 움직인다. 세상 모든 바닥을 걸음으로 칠하려는 듯한 이동이 멈출 줄 모르고 이루어진다. 그에게 있어 정지란 어느 나라의 언어인가. 이국의 땅을 밟은 적이 없다는 고요한 고백이 이제는 알 것 같기도 하다. 아직 깊지 않은 눈으로 아침을 본다.
막 채비를 마친 참이었다. 바깥에선 종소리와 유사한 소리가 들렸고, 어떤 감정은 들것에 실려 나가는 중이었다. 사유의 대상으로 흑백은 얼마나 고독한가. 등 떠미는 생활상, 바로잡은 속울음.

역한 감정을 얼굴에 고루 드러낸다.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든 균일한 표현이 되길. 기껏 입구를 봉한 봉투를 뜯고, 내용물에 일렁이는 관심을 끄고서 앞으로 쓸 일이 없는 장갑을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둔다.
웅크린 벽장은 텅 빈 속을 게워 내듯 웃는다. 그것과 마주하고 있다 보면 어느새 동작이 옮아 나도 몸을 움츠러들이게 되는데, 별안간 속이 아프다. 언젠가 쓰게 웃을 때 한없이 무언가에 부딪치는 상상. 그것은 극적인 농담과 같다.
흐르는 시간을 붙잡아 두려는 듯 밭 밑에 웅덩이가 고였다. 이를 덮을 뚜껑이 없어, 버려진 집의 지붕이라도 가져다가 쓸까, 하고 생각하는 동안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임시방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순간 입체적으로 좁은 숨이 다가온다.

오늘 누군가 이곳에 방문한다. 그를 향한 환대와 박대는 방향을 잃어 망가지듯 회전하고 있다. 그를 맞이해야 하는지, 아니면 냉대해야 하는지는 비로소 그를 만나야 결정될 터다. 그때까지 넋을 조심스럽게 놓기도 하며 알 수 없는 숫자의 나열을 성실하게 읽는다.
어제는 희게 핀 채 공복감을 보였다. 이에 작위적인 느낌은 없어 그것을 자연스럽게 응시했다. 옅은 숨이 열 마디의 말로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는데, 안부보다는 보고에 가까운 말이다.
날은 간만에 해를 드러냈으며 인공의 빛에서 벗어난 그림자가 깔끔 떨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먼지나 얼룩을 가능성에 점쳤다. 솜씨는 부르튼 입술의 갈라짐, 점괘는 흉이다.

방식은 서가에 나란히 꽂혀 있다. 표지만 봐서는 그 내용을 알 수 없고, 펼쳐야지만 비로소 어떤 방식인지 알게 되었다. 구태여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은 번거로움의 의중을 살피지 못한 결과로, 예고 없이 드는 의문을 덜고, 그런 식으로밖에 파악할 수 없는 내용의 존재를 받들어야 할 것이다. 서가는 샐쭉 웃으며 남몰래 오르막을 연상한다.
무리에서 동떨어진 날것과 군중에서 달아난 개인 사이에 공유하는 바가 호수를 이루고, 그것의 수면은 지독하게 잔잔하며 작은 빛에도 발악하듯 번쩍인다. 홀로 선 나무가 하루에도 막연하게 마주하곤 하는 숲이 기억을 벌목하는데, 이 기세는 어지간한 위용을 우습게 여길 정도다. 두려움은 곳곳에 무시는 만연하다.

자줏빛 청승은 담벼락에 기어오른다. 무뚝뚝한 사내의 걸음과 닮은 오름이다. 담벼락 너머에 사다리를 품에 안고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는 무리가 있을까.
뒤숭숭한 감각은 긴 밤을 졸지 않고 보내며 주위가 어슴푸레 밝아올 때가 되어서야 한시름 놓듯 눈을 감았다. 검은 수레가 바퀴도 없이 이동한다.
우기에 벌판을 비행하는 외투는 곧 해석할 여지가 다분한 사안이었으며 결국에, 현상에 대한 기피는 오히려 그것을 향하게 된다는 말. 단적으로 전봇대로 눈을 돌린 까닭이었다. 시도는 언제나 좋아야 했나. 되짚을수록 부적절한 기록은 먼지 하나 먹지 않고. 그간 묵고한 터럭의 수를 늘려 말주변을 넓혔다. 이곳에 날아들 옷가지, 추상에 허공을 그릴 태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