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ate: 2025.11.15 – 12.15
- Place: 부피 서울
- Location: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35길 39-13 1F, 옥상
- Hours: 13:00 – 18:00 (월 휴관)
- Contact:https://instagram.com/boofy_seoul

야트막한 개울을 지나 춤추듯 한 불평에 눈 흘기고, 앞날을 점친다. 예언의 방식은 손뼉을 침.
박수 소리에 따라 달라질 내일이 궁금증을 자아내며 변모한다. 이때 내 것과 네 것은 없고, 모두가 빈손. 황금을 향해 가는 길이 백금으로 빛난다.
‘어럽쇼, 이건 내 지갑이 아닌데. 낭패라는 건 꼭 이를 두고 말하는 건지도.’
건초 더미에서 뽑아낸 으슥함은 잘만 다룬다면 충분히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이 가득 찬 공간에서 밀려나듯 벗어나 더운 공기, 찬 공기 가리지 않고 온몸으로 성의껏, 그러면서도 장식적으로 호흡한다.
불과 어제까지 한 발로 선 기후는 방문의 비스듬한 무늬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도 한다.
어쩜 이렇게 모든 것들이 한 뼘과 같을까.

외딴섬을 한 입 베어 문, 부르튼 영혼. 이대로 끝일까, 하는 아쉬움을 아랑곳하지 않는 저묾.
저울 들고 운동장 한 바퀴 뛰고, 숨이 차 잠시 쉴 적에 머리 바로 위 하늘을 반으로 가르는 외풍. 이젠 저울을 놓고, 은유가 잔뜩 들어 있는 보따리 들고 뛴다. 기록의 향상은 도리어 반복에 기여한다.
소멸 위에 정박한 사내는 나루터임과 동시에 무성한 수풀이다. 모래바람은 느릿하게 걷고, 이제 막 잠에서 깬 창문은 제 주변을 처음으로 칠한다.
반가움의 물꼬를 트는 것으로 어쭙잖은 어수선함을 저만치로 물렸다. 물을 주면, 금방이라도 회전할 것만 같은 화초. 이를 건드리지 않으려 주의하며 효험 없는 주문 외우기에 돌입한다. 몰입과 고립의 시간은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어스름이 한꺼번에 몰려오던 때가 있었다. 돌연 한밤중이라 적잖이 당황했다. 이렇게 긴 밤은 시작되는지도. 나는 비웃음과 허탈함을 구분할 수 있을지.
‘뜻하지 않게 고즈넉한 하루가 될 거요. 떨어지는 게 꼭 나뭇잎만은 아닌 터인데, 당연지사에 깃든 새는 날개 펴는 법이 없죠.’
창문은 다급하게 열렸다. 복도는 여름을 토했다. 신발장에서 강가 부근의 냄새가 물씬 났다. 난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하는 물음으로 정막에 못질한다.
사람 하나 눕는 게 어째서 인지 벅찬 공간을 도무지 이해하려 들지 않은 사람. 그가 벽에 등을 기대고 쭈그려 앉아 있다. 그의 시선에 지독한 염려와 부당한 힘이 고여있다.

기품 있는 상자를 들고 있다는 건 감정이 길을 잃은 일이다. 원망스럽게 올려다 본 하늘은 꾸준하게 사물의 양태를 역설한다. 그 기개가 꼭 금싸라기 땅을 지키려는 것 같아 금세 이에 질린다.
한동안 부는 바람이 비장의 카드를 숨긴 채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희박한 공존과 따사로운 뒤척임. 이 따위의 말들을 나열하며 사는 생활에 문턱이 있을리가.
관망하는 눈가에 경계의 빛만 가득. 우수에 젖을 때마다 침묵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관계란 것에 걸림돌이 되어 이렇게나마 허무에 수를 놓는다. 미묘한 단계 밑엔 숨겨진 계단이 있는 걸까. 그 아래로 내려가면 펼쳐진 윤곽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알맹이가 없어 그저 공교로워한 테두리를.

언덕배기를 지나면 방금 지나친 언덕배기가 나오고, 그 앞엔 이제 버스가 서지 않는 버스 정류장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기다림의 형태는 그동안 방치된 것치고 우수하다. 멀끔한 모습에 우수성까지 느끼는 건 언젠가 보았던 낡은 처마 탓이리라.
풍경은 품속에 숨겨둔 선물처럼 조금 들떠있다. 자신이 곧 전해지리란 것을 너무도 당연히 알기에 기대를 저 멀리 보내고 도구로서의 도래를 생각하는 선물. 들썩이는 풍경 앞에서 연신 긴장이 흐른다.
잊힌 둥긂과 타고난 각짐. 선적인 요소는 누군가의 성격이 되기도 하고, 타인에게 건네 줄 소식과 때아닌 낮잠을 봉창이다, 생각하고 두드리기도 한다.
나무가 토해낸 선명함이 어느 사람의 자랑이 되려나. 배양토는 관상용을 과시하며 무척이나 으스댄다.

괜한 마음을 장엄함 탓으로 돌린다.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여러 군데를 들르고, 그 과정 전부가 공치사였다며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한다.
자판기의 버튼을 누르며 뭔가 따뜻한 것이 나오길 기대하는 마음은 설령 뜻하지 않는 상황을 맞닥뜨리더라도 지루할 수 있게 언 동공을 하고 있다. ‘이 날씨에 나비라니.’ 창문을 등에 짊어진 사람이 심드렁하게 놀란다.
벽을 바라볼 때의 마음가짐은 기존의 것과 얼마만큼 달라야 하는가. 사실 마음가짐은 동일한데, 이를 관찰하는 각도가 다른 것인가. 드넓은 초원을 내달리는 내리막. 소용돌이 속에서 정돈을 바란다. 냉소적으로 비를 평한 사람과 한방에 있다. 그는 때때로 발작하듯 웃어 재낀다.








